그기(八-6)쓸용(用-0)아닐 불(一-3)해질 폐(攵-8)
지금 나는 노자가 남긴 짤막한 경구를 가지고 글을 쓴다. ‘도덕경’은 오래도록 통용되면서 善本(선본)이 확정됐으니 그나마 낫다. 이 ‘竹簡本(죽간본)’은 뒤죽박죽에 글자 형태가 흐릿해 알아보기 힘들고, 글자가 분명하더라도 쓰이지 않는 것도 적지 않아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민주주의’와 관련해 온갖 사설을 다 늘어놓고 있으니, 이야말로 可觀(가관)이다!
‘논어’는 2500년 전 인물인 공자의 어록이다. 문자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쉽지도 않고 또 드물기도 했던 시절에 기록이 이루어진 탓에 꽤 엉성하다. 심지어 頭緖(두서)도 없고 順序(순서)도 없어 난삽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잊히지 않고 여전히 주요한 고전으로 거론되면서 널리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가 노자의 글을 써먹을 수 있는 이유, ‘논어’가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大成若缺, 其用不敝”(대성약결, 기용불폐) 곧 “크나큰 이룸은 이지러진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다”는 말에 그 해답이 있다.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그 쓸모 때문이다. 그런 쓸모는 세상에 널리 통용되는 이치를 담고 있음을 뜻한다.
“聖人無屈奇之服, 詭異之行, 服不雜, 行不觀. 通而不華, 窮而不懾, 榮而不顯, 隱而不辱. 異而不怪, 同用無以名之, 是謂大通.”(성인무굴기지복, 궤이지행, 복불잡, 행불관, 통이불화, 궁이불섭, 영이불현, 은이불욕, 이이불괴, 동용무이명지, 시위대통) “성인은 기이한 복장도 괴이한 행동도 하지 않으며, 옷은 화려하게 물들이지 않고 행동도 튀지 않는다. 통달해도 떠벌리지 않고 곤궁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영달해도 드러내지 않고 가려져도 욕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성인은 남과 다르지만 괴이하지 않고 남들과 함께 어울리므로 달리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이것을 ‘도에 크게 통했다’고 한다.”
노자와 공자의 말은 소박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무수히 많은 지식인이 들러붙어 써먹고 또 써먹어도 닳지 않고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말들이 이치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정천구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