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87> 其用不敝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2 19:58:0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기(八-6)쓸용(用-0)아닐 불(一-3)해질 폐(攵-8)

지금 나는 노자가 남긴 짤막한 경구를 가지고 글을 쓴다. ‘도덕경’은 오래도록 통용되면서 善本(선본)이 확정됐으니 그나마 낫다. 이 ‘竹簡本(죽간본)’은 뒤죽박죽에 글자 형태가 흐릿해 알아보기 힘들고, 글자가 분명하더라도 쓰이지 않는 것도 적지 않아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민주주의’와 관련해 온갖 사설을 다 늘어놓고 있으니, 이야말로 可觀(가관)이다!

‘논어’는 2500년 전 인물인 공자의 어록이다. 문자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쉽지도 않고 또 드물기도 했던 시절에 기록이 이루어진 탓에 꽤 엉성하다. 심지어 頭緖(두서)도 없고 順序(순서)도 없어 난삽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잊히지 않고 여전히 주요한 고전으로 거론되면서 널리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가 노자의 글을 써먹을 수 있는 이유, ‘논어’가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大成若缺, 其用不敝”(대성약결, 기용불폐) 곧 “크나큰 이룸은 이지러진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다”는 말에 그 해답이 있다.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그 쓸모 때문이다. 그런 쓸모는 세상에 널리 통용되는 이치를 담고 있음을 뜻한다.

“聖人無屈奇之服, 詭異之行, 服不雜, 行不觀. 通而不華, 窮而不懾, 榮而不顯, 隱而不辱. 異而不怪, 同用無以名之, 是謂大通.”(성인무굴기지복, 궤이지행, 복불잡, 행불관, 통이불화, 궁이불섭, 영이불현, 은이불욕, 이이불괴, 동용무이명지, 시위대통) “성인은 기이한 복장도 괴이한 행동도 하지 않으며, 옷은 화려하게 물들이지 않고 행동도 튀지 않는다. 통달해도 떠벌리지 않고 곤궁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영달해도 드러내지 않고 가려져도 욕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성인은 남과 다르지만 괴이하지 않고 남들과 함께 어울리므로 달리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이것을 ‘도에 크게 통했다’고 한다.”

노자와 공자의 말은 소박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무수히 많은 지식인이 들러붙어 써먹고 또 써먹어도 닳지 않고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말들이 이치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6. 6‘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0. 10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