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90> 大巧若拙

대단한 기교는 서툰 듯하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8 19:08:2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클대(大-0)기교 교(工-2)같을 약(艸-2)서투를 졸(手-5)

일본의 將軍(쇼군), 大名(다이묘) 사무라이 그리고 茶道(다도) 전문가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열광하며 갖고 싶어 했고 오늘날에도 일본 茶人(차인)들이 신주 모시듯이 고이 모시며 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여기는 高麗茶碗(고려다완)! 그러나 얼핏 보면 참 성의 없게, 허투루 만든 것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한국인이 ‘막사발’이라 부르겠는가.

물론 막사발이라 부른다고 장인이 마구잡이로 만든 것은 아니며, 그 가치를 폄하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도 아니다. 막걸리, 막국수, 막두부, 막장(허드레로 먹기 위해 봄철에 보리밥과 메줏가루로 간단하게 담은 된장), 막서까래(대강 다듬은 서까래) 등에서 쓰이듯이 한국에서 ‘막’은 널리 쓰이는 접두어로 독특한 의미를 갖는 말이고, 거기에는 한국 문화에 특유한 미학이 담겨 있다. 다만, 그 ‘막’이 매우 일상적이어서 별다르게 인식되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반면에 격식과 형식을 중시하는 일본인에게는 매우 특이하고 독특하게 보인다. 일본의 위대한 茶人(차인)들은 하나같이 막사발의 미학을 숭배하면서 茶道(다도)를 통해 실현하고자 애썼다. 일본 차인들은 자기만의 茶室(다실)을 가지려 하는데, 그 다실에서 지향하는 바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한 ‘텅 빈 집’이나 ‘불균형의 집’이다. 그러나 이런 지향이 그들의 다실이나 다도에서 구현된 적은 거의 없다. 일본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느끼고 알겠지만, 일본의 문화에서 소박함, 자연스러움, 텅 빔, 불균형 등을 보기는 어렵다. 일본식 돗자리 ‘다다미(疊, 똑같은 것의 반복)’처럼 ‘格子(격자)’ 문화, ‘틀’에 맞추는 작위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 차인이 추구하는 막사발의 미학은 노자가 강조한 미학과 통한다. 노자는 ‘도덕경’의 ‘죽간본’ 27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大巧若拙, 大成若詘, 大直若屈.”(대교약졸, 대성약굴, 대직약굴) “대단한 기교는 서툰 듯하고, 지극한 말은 떠듬거리는 듯하며, 지극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다.” 大巧若拙(대교약졸), 이 한마디에 막사발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부산 금정구, ‘야생화 및 국화 분재 전시회’ 개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