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91> 大成若詘

지극한 말은 떠듬거리는 듯하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9 20:04:2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클대(大-0)이룰 성(戈-3)같을 약(艸-2)떠듬거릴 굴(言-5)

大巧若拙(대교약졸), 대단한 기교, 기교의 극치는 서툰 듯하다. 피카소가 그린 명작들은 보는 이라면 누구나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만큼 서툰 듯이 보여서 기교가 없어도 그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는 말이다. 그러면 피카소는 어떠한 기교도 배운 적이 없고 터득한 적도 없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피카소도 처음에는 기교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습작했고 누구보다도 정교하게 그릴 줄 알았다. 기교에서 멈추지 않고 마침내 그 기교를 넘어서는 경지에 이르렀을 따름이다.

대단한 기교는 서툰 듯하다! 그러나 서투르다고 해서 대단한 기교를 터득한 것은 아니다. “大成若詘”(대성약굴) 곧 “지극한 말은 떠듬거리는 듯하다”는 구절 또한 마찬가지다. 통행본 ‘도덕경’에서는 “大辯若訥”(대변약눌) 곧 “대단한 언변은 어눌한 듯하다”로 돼 있는데, 의미는 다르지 않다. 어쨌든 떠듬거리거나 어설프다고 지극한 말, 대단한 언변은 아니다. 하물며 마구 떠들어서야 어찌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논어’ ‘憲問’(헌문)편에 공자의 말이 나온다. “有德者必有言, 有言者不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유덕자필유언, 유언자불필유덕. 인자필유용, 용자불필유인) “덕이 있는 자는 반드시 말을 잘하지만, 말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자는 반드시 용기가 있으나, 용기 있는 자가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덕이 있는 이는 분명 말을 잘한다. 왜냐하면 덕은 그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치에 맞고 한결같아야 생기기 때문이다. 즉, 덕이 있음은 생각과 말이 이치에 맞고 조리가 있으며 행동이 올바름을 가리킨다. 그러니 덕을 지니면 말도 잘하게 된다. 그렇지만 덕을 갖추기란 참으로 어렵고 오래 걸린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특히 매체가 발달해서 말재주만으로도 제법 돈을 벌고 인기도 얻을 수 있는 시절에는 덕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럼에도 덕이 우선이다. 온 세상 사람이 다 지켜보고 있으니, 말재주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7. 7“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부산도시철 1회용 승차권 구매도 카드로
  10. 10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7. 7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