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불(一-3)어질 인(人-2)아닐 비(非-0)예의 례(示-13)
공자가 禮(예)를 중시하고 강조한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 공자는 예를 어떻게 이해하고 썼을까? ‘논어’ ‘八佾’(팔일)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인이불인, 여례하? 인이불인, 여악하?) “사람이 되어서 어질지 못한데, 예의는 차려서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어질지 못한데 음악을 갖춘들 무엇하겠는가?” 예의가 예의답고 음악이 음악다우려면 형식에서 그치지 않고 ‘仁’(인)을 담고 있어야 함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노나라 군주인 定公(정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君使臣, 臣事君, 如之何?”(군사신, 신사군, 여지하?)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일, 어떻게 해야 하오?” 공자는 대답했다.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군사신이례, 신사군이충) “임금은 예의로써 신하를 부리고, 신하는 참된 마음으로 임금을 섬깁니다.” 이 말에서 예의가 순종이나 복종이 아님을, 윗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을 깍듯하게 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의란 상황에 알맞은 행동을 이른다. 그래서 예의를 갖추기가 어렵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알맞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맞게 행동한다는 것은 곧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주체적이므로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요컨대 예의란 책임을 질 줄 아는 행동이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일본인들이 과연 예의 바르다고,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논어’ ‘泰伯’(태백)편에서 공자가 말했다.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용이무례즉란, 직이무례즉교) “용감하면서 예의가 없으면 어지럽히고, 곧으면서 예의가 없으면 갑갑하다.” 이 말을 깊이 잘 새겨두어야 할 이들이 일본인들, 특히 일본의 정치가들과 지식인들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武士道(무사도)가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데로 귀결되는 것,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나 역사 문제에서 그토록 무자각적이고 갑갑하게 구는 것 모두 예의를 모르고 ‘無禮’(무례)하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