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마를 조(火-13)이길 승(力-10)차가울 창(冫-10)
‘도덕경’의 ‘죽간본’ 27장의 세 번째 구절은 이렇다. “燥勝凔, 淸勝熱, 淸靜爲天下定.”(조승창, 청승열, 청정위천하정) “성마름은 추위를 이기고, 맑음은 더위를 이기며, 맑고 고요함은 천하의 안정이다.” 흥미로운 구절이다.
우선 ‘燥勝凔(조승창)’에 대해 살펴보자. 흔히 ‘以熱治熱(이열치열)’이라고 말한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이니, 거꾸로 추위는 찬 것으로 맞서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추위를 이기는 것으로 ‘燥(조)’ 곧 성마름을 들었다. 燥(조)는 躁(조)와 같아서 躁急(조급)이며 性急(성급)이다. 한마디로 서두르는 마음에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이른다. ‘以冷治冷(이냉치냉)’이 아니라 ‘以熱治冷(이열치냉)’인 셈이다. 그렇다면, 노자의 발언은 잘못된 것인가?
노자 사상을 해석한 책인 ‘문자’의 ‘上禮(상례)’에 나온다. “以未治而攻人之亂, 是猶以火應火, 以水應水也. 同莫足以相治. 故以異爲奇.”(이미치이공인지란, 시유이화응화, 이수응수야. 동막족이상치. 고이이위기) “내 나라가 아직 다스려지지 않는데 어지러운 남의 나라를 공격한다면, 이는 불로써 불에 응하고 물로써 물에 응하는 것과 같다. 같은 것으로는 서로 다스릴 수 없다. 그러므로 ‘다름’으로써 기묘한 꾀로 삼는다.”
위에서 ‘以異爲奇(이이위기)’ 곧 ‘다름으로써 기묘한 꾀로 삼는다’는 말이 노자가 ‘죽간본’에 담아낸 뜻이다. 추위는 내 몸의 열을 빼앗는데, 이에 맞서려면 몸에 열이 나야 한다. 몸에 열이 나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다. 의욕과 열정을 일으키고 서둘러 실행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寒波(한파)가 닥칠 때,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과 같다. 이는 얼핏 ‘이냉치냉’과 반대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뜻을 품고 있다. 가령, 한겨울에 냉수마찰을 하거나 얼음물에 알몸으로 들어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얼핏 ‘이냉치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몸 안에 있던 열을 끄집어내서 바깥의 추위에 맞서는 방식이어서 실제로는 ‘이열치냉’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