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98> 殺人刀活人劍

사람을 죽이는 칼과 살리는 칼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8-11 18:46:3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죽일 살(殳-7)사람 인(人-0)칼도(刀-0)살릴 활(水-6)칼검(刀-13)

노자는 “淸靜爲天下定”(청정위천하정) 곧 “맑고 고요함은 천하의 안정이다”고 말했다. 맑고 고요함은 권력을 가진 자가 지녀야 하는 덕목이다. 이런 덕목을 지니기 위해서는 권력이 민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自覺(자각)해야 하는데, 민주정치가 실행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권력을 權利(권리)쯤으로 여기는 자들이 적지 않다. 천하가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의 불교계는 禪宗(선종)이 주축을 이루는데, 이 선종은 話頭(화두)를 통해 깨치는 것을 중시한다. 그 화두를 깨치는 데서 긴요한 책이 ‘碧巖錄(벽암록)’이다. 이 책은 깨달음의 지침이 되는 ‘古則(고칙)’ 100개를 골라서 설명과 평가 따위를 덧붙인 것이다. 이 가운데 제12칙에 이런 글이 나온다. “殺人刀活人劍, 乃上古之風規, 亦今時之樞要. 若論殺也, 不傷一毫; 若論活也, 喪身失命.”(살인도활인검, 내상고지풍규, 역금시지추요. 약논살야, 불상일호; 약논활야, 상신실명) “사람을 죽이는 칼과 사람을 살리는 칼은 곧 예부터 내려온 변함없는 규칙이요 또한 오늘날의 지도리다. 만약 죽이는 것을 논한다면 터럭 하나도 상하지 않고, 살리는 것을 논한다면 몸과 목숨을 잃는다.”

흔히 뜬금없거나 영 엉뚱한 문답을 주고받으면 禪問答(선문답)한다고 말하는데, 위의 글도 좀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선문답은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문답이 아니라 논리와 합리를 뛰어넘은 직관으로 이루어진 문답일 뿐이다. 위의 글도 마찬가지다.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인데, 그 깨달음은 ‘不可思議(불가사의)’한 경지다. 생각으로도 말로도 미칠 수 없는 경지다. 그럼에도 가르치고 배우려 애쓰는데, 이게 제대로 되면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지만 잘못되면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된다. 위에서 ‘殺人刀(살인도)’와 ‘活人劍(활인검)’으로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특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위임한 것으로, 살인도가 될 수도 있고 활인검이 될 수도 있다. 청정의 덕을 지녔느냐에 따라.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검찰관 임명
  7. 7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8. 8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9. 9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0. 10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8. 8[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9. 9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10. 10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