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기(八-6) 덕 덕(彳-12) 곧 내(丿-1) 두루 퍼질 부(水-10)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행동한다면, 그것은 오래되어 몸에 익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렇게 몸에 익은 버릇, 습관은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다. 민족의 문화도 그런 것이다. 의식의 대상이 되는 문화는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것이지만, 무의식에 자리 잡은 문화는 이미 몸에 익은 것이다. 몸에 익은 문화는 개인과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온 힘인데, 창조적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파괴적 힘의 꼬투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문화는 이중적이다.
노자는 ‘죽간본’ 28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修之身, 其德乃眞; 修之家, 其德有餘; 修之鄕, 其德乃長; 修之邦, 其德乃豊; 修之天下, 其德乃溥.”(수지신, 기덕내진; 수지가, 기덕유여; 수지향, 기덕내장; 수지방, 기덕내풍; 수지천하, 기덕내부) “몸을 잘 닦으면 그 덕이 참되고, 집안을 잘 닦으면 그 덕이 넉넉해지고, 마을을 잘 닦으면 그 덕이 오래가고, 나라를 잘 닦으면 그 덕이 풍성해지고, 천하를 잘 닦으면 그 덕이 널리 퍼진다.”
흔히 德(덕)은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愼獨(신독) 즉 홀로 삼간다는 말에 내포되어 있듯이 덕이란 개개인이 갈고 닦아야 갖추어지는 것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데 필요하고 긴요한 것이 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덕을 갖추려는 모든 노력과 행위는 공동체 문화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순수하게 개인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요컨대 덕은 문화적으로 길러진 것이며, 그 자체로 문화다. 개인의 덕은 개인의 문화이며, 집안의 덕은 집안의 문화, 한 나라의 덕은 한 나라의 문화다.
옛시조에 “多情(다정)도 病(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는 구절이 있다. 시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대부분 정이 많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른 나라에 방역 물품을 기부하는 일은 거의 한국 정부와 기업에서만 하고 있다. 이를 국민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니 多情(다정)은 개인의 덕이면서 한민족의 덕이요 개인의 문화이면서 한민족의 문화 아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