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703> 吾知以此

나는 이것으로써 안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8-23 19:10:04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나 오(口-4)알 지(矢-3)로써 이(人-3)이것 차(止-2)

노자는 몸을 닦거나 집안을 닦거나 나라를 닦거나 천하를 닦으면, 그에 걸맞은 덕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이는 몸을 닦아서 얻은 덕과 집안, 나라, 천하를 닦아서 얻은 덕은 서로 관통하고는 있으나, 다 똑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몸과 집안, 나라, 천하는 그 범위와 형세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다면 몸만 닦으면 되지 구태여 집안이나 나라를 닦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집안의 살림을 잘 꾸려간다고 해서 기업을 잘 운영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기업을 잘 운영한다고 해서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각은 규모의 크기나 조직의 구조 따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차이를 간과하고 이것을 성공했으니 저것도 성공할 수 있다며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매우 많다. 물론 대상의 특성이나 크기, 조직의 체제 따위가 어떠하든 두루 잘 경영하는 이도 있으나, 통찰과 식견, 유연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드문 사람이다.

노자는 말했다. “以家觀家, 以鄕觀鄕, 以邦觀邦, 以天下觀天下. 吾何以知天下然? 以此.”(이가관가, 이향관향, 이방관방, 이천하관천하. 오하이지천하연? 이차) “집안의 덕으로써 집안을 살피고, 마을의 덕으로써 마을을 살피고, 나라의 덕으로써 나라를 살피고, 천하의 덕으로써 천하를 살핀다. 천하가 그러한 줄 내 어찌 아는가? 이것으로써 안다.”

노자도 집안을 살필 때와 마을을 살필 때, 나라를 살필 때와 천하를 살필 때, 살피는 잣대가 각각 다름을 분명하게 말했다. 대상이 다르면 그 판단과 평가의 잣대 또한 다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하나의 잣대를 두루 쓴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쉽고 편한 건 ‘내’ 입장일 뿐이며, 대상을 오롯이 파악하지 못해 窮餘之策(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결과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그런 잣대는 실제적인 타당성도 유용성도 얻지 못한다. 판단을 크게 그르쳐서 낭패스럽게 되거나 궁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행한 일이 그런 경우이리라.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 1[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2. 2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뭐라노] 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7. 7"악의적 가짜뉴스" 민주당, ‘김혜경 여사 골프 의혹제기’ 주진우 고발
  8. 8박수영 의원, 민원해결 창구 6년간 300회 운영
  9. 9인권위, 김병기 전 보좌관 제기 '국수본 수사 지연으로 인권침해' 진정 각하
  10. 10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4. 4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5. 5올해 1~9월 부산 순유출 인구 5800명…2년새 절반 축소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SK하이닉스 메모리 위기론 일축…“2029년까지 D램·HBM 완판”
  8. 8이형일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9. 9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10. 10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8. 8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9. 9“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0. 10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4. 4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5. 5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6. 6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7. 7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10. 10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