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709> 潔者有不潔

깨끗한 가운데 더러움이 있으니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9-01 19:11:0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깨끗할 결(水-12)것 자(老-5)있을 유(月-2)아닐 불(一-3)

박지원의 ‘穢德先生傳(예덕선생전)’은 내용이 대략 이렇다. 蟬橘子(선귤자)에게 예덕선생이라는 벗이 있었다. 이 벗은 매일 마을의 똥을 져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嚴行首(엄행수)라 불렀다. 선귤자에게 제자 子牧(자목)이 따져 물었다. “전에 선생님께서는 ‘벗이란 함께 살지 않는 아내이고 동기가 아닌 형제’라 말씀하셨지요. 벗은 이처럼 소중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상의 이름 있는 사대부들과 사귀지 않으시고 저 엄행수 같은 상놈이요 치욕스런 일을 하는 자와 사귀며 ‘선생’이라 하시니, 저희는 부끄러워 이만 떠날까 합니다.”

자목으로서는 부끄러워할 만하다. 양반 출신에 글공부해서 번듯한 사대부 노릇을 해보려고 스승을 찾았는데, 그 스승이 고작 똥지게꾼과 벗하며 선생이라 하니 말이다. 이에 선귤자는 “夫大交不面, 盛友不親. 但交之以心, 而友之以德”(부대교불면, 성우불친. 단교지이심, 이우지이덕) 곧 “대개 큰 사귐은 얼굴을 보고 사귀는 게 아니고 훌륭한 벗은 가깝고 멀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마음으로 사귀고 덕으로써 벗하는 것이다”며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한바탕 가르침을 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행수는 똥을 져서 밥을 먹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하겠으나 그가 밥벌이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롭다. 그의 몸은 지극히 더러운 곳에 있지만 올바름을 지키는 자세는 가장 꼿꼿하다. 이런 그의 뜻은 억만금의 녹봉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보면 깨끗함 가운데 불결함이 있고, 더러움 가운데 더럽지 않음이 있다.” 아, 潔者有不潔而穢者不穢耳(결자유불결이예자불예이)로다!

“나는 먹고살기가 힘들 때면 늘 나보다 곤궁한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엄행수를 떠올리면 견디지 못할 게 없다. 선비가 되어 곤궁하다고 낯에 곤궁한 티를 낸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출세했다고 몸에 티를 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엄행수를 보고 떳떳할 자 몇이나 되랴! 그래서 나는 그를 선생이라 부른다. 어찌 감히 벗이라 하겠느냐! 이름도 부를 수 없어 ‘예덕선생’이라 일컫는 것이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6. 6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7. 7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8. 8"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9. 9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0. 10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5. 5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10. 10농식품부, ‘한우의 날’ 맞아 최대 63% 할인 행사 진행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