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할 결(水-12)것 자(老-5)있을 유(月-2)아닐 불(一-3)
박지원의 ‘穢德先生傳(예덕선생전)’은 내용이 대략 이렇다. 蟬橘子(선귤자)에게 예덕선생이라는 벗이 있었다. 이 벗은 매일 마을의 똥을 져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嚴行首(엄행수)라 불렀다. 선귤자에게 제자 子牧(자목)이 따져 물었다. “전에 선생님께서는 ‘벗이란 함께 살지 않는 아내이고 동기가 아닌 형제’라 말씀하셨지요. 벗은 이처럼 소중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상의 이름 있는 사대부들과 사귀지 않으시고 저 엄행수 같은 상놈이요 치욕스런 일을 하는 자와 사귀며 ‘선생’이라 하시니, 저희는 부끄러워 이만 떠날까 합니다.”
자목으로서는 부끄러워할 만하다. 양반 출신에 글공부해서 번듯한 사대부 노릇을 해보려고 스승을 찾았는데, 그 스승이 고작 똥지게꾼과 벗하며 선생이라 하니 말이다. 이에 선귤자는 “夫大交不面, 盛友不親. 但交之以心, 而友之以德”(부대교불면, 성우불친. 단교지이심, 이우지이덕) 곧 “대개 큰 사귐은 얼굴을 보고 사귀는 게 아니고 훌륭한 벗은 가깝고 멀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마음으로 사귀고 덕으로써 벗하는 것이다”며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한바탕 가르침을 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행수는 똥을 져서 밥을 먹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하겠으나 그가 밥벌이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롭다. 그의 몸은 지극히 더러운 곳에 있지만 올바름을 지키는 자세는 가장 꼿꼿하다. 이런 그의 뜻은 억만금의 녹봉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보면 깨끗함 가운데 불결함이 있고, 더러움 가운데 더럽지 않음이 있다.” 아, 潔者有不潔而穢者不穢耳(결자유불결이예자불예이)로다!
“나는 먹고살기가 힘들 때면 늘 나보다 곤궁한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엄행수를 떠올리면 견디지 못할 게 없다. 선비가 되어 곤궁하다고 낯에 곤궁한 티를 낸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출세했다고 몸에 티를 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엄행수를 보고 떳떳할 자 몇이나 되랴! 그래서 나는 그를 선생이라 부른다. 어찌 감히 벗이라 하겠느냐! 이름도 부를 수 없어 ‘예덕선생’이라 일컫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