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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5> 지리·관등이 나올 때 그 내용을 알아야 끊어 읽을 수 있다

태산은 왼쪽에 솟아 있어 용과 같고(泰山聳左爲龍·태산용좌위룡)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9-20 18:58:1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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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은 왼쪽에 솟아 있어 용과 같고, 화산은 오른쪽에 솟아 있어 호랑이 같고, 숭산은 앞에 솟아 있고, 회남의 여러 산은 (보다 앞에서) 두 번째 겹으로 솟아 있다.

泰山聳左爲龍, 華山聳右爲虎, 嵩爲前案, 淮南諸山爲第二重案.(태산용좌위룡, 화산용우위호, 숭위전안, 회남제산위제이중안.)

위 문장은 중국 태산과 화산, 숭산 위치를 알려주는 글로, 1959년 중국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펴낸 ‘廳雨叢談(청우총담)’을 참조했다. 태산은 중국 산동성 중부 태산 산맥의 주봉으로 높이 1532m이다. 중국의 5대 명산(五岳·오악)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며, 기원전 219년 진시황제를 시작으로 한나라 무제 등 많은 황제가 이곳에서 봉선의식을 치렀다. 위 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태산의 위치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 한문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신이 공부하는 노트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문장의 끊어 읽기가 잘못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위 문장 중 ‘泰山聳左爲龍華山, 聳右爲虎嵩’으로 돼 있었다. 이렇게 끊어 읽으면 ‘龍華山’과 ‘虎嵩’이 명사로 쓰여 태산의 다른 이름이 되어 버린다. 태산·화산·숭산은 모두 오악에 속한다. 태산은 북경 왼쪽에 있는 동악이므로 ‘聳左爲龍’, 화산은 서악으로 북경 오른쪽에 있으니 ‘聳右爲虎’, 숭산은 중악이며 북경 앞에 있으므로 ‘嵩爲前案’이다.

일반 문장이야 흐름에 따라 끊어 읽으면 되지만, 이처럼 지리나 관등 등이 나올 경우 쉽지 않다. 예를 하나 보자. ‘무릇 다른 관직에 있던 사람이 한림원에 들어와 학사로 임명되지 못했을 때 직원이라 불렀다.(凡他官入院·범타관입원, 未除學士·미제학사, 謂之直院·위지직관).’ 송나라 한림학사원의 관등을 알아야 정확히 끊을 수 있다. 한림학사원에서는 한림학사 등이 칙령과 조서를 기초했으며, 다른 관이 한림학사원에 들어와 한림학사로 임명되지 못했을 때 직원(直學士院)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지리나 관등체계가 나올 때도 같다. 이처럼 한문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렵다. 필자도 계속 이렇게 한문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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