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길이 6㎞ 휴식포함 4시간 소요
- 대곡사~가마바위~적조암 회귀
- 정상보다 이봉이 험준한 게 특징
- 조화된 오르내림 초행자도 수월
경북 의성군에는 두 개의 비봉산이 있다. 첫 번째 비봉산(671m)은 가음면 북서쪽에 있는 산으로 금성산(531m)과 연계한 종주 코스가 인기다. 또 다른 비봉산(579.3m)은 고려 이전에는 태행산, 조선시대에는 자미산으로 불린 산으로 다인면의 대곡사를 품고 있다. 근교산 취재팀이 찾은 곳은 두 번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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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옷을 입고 있던 비봉산이 '이봉' 주위에서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단풍의 향연을 펼쳤다. 근교산팀은 비봉산에서 처음으로 단풍을 보고 사진 찍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
비봉산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신비로운 산이다. 동쪽은 봉황이 날개를 넓게 펼치고 앉은 모습이라면 남쪽에서 올려다보면 봉황이 위엄있는 자세로 날갯짓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또 서쪽 다인면 소재지에서 바라보면 장군이 투구를 쓰고 서 있는 형상이다. 삼국시대에 견훤이 이곳에 성을 쌓고 은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아직 성곽은 발견하지 못했다. 답사 중 성곽의 흔적이 아닌가 하는 바위군(群)이 나타났지만, 지역에서는 자연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산의 특징 중 하나는 정상보다 이봉(449m)이 험준하다는 것이다. 정상이 완만하고 맘이 푸근한 '시골 처녀'라면 이봉은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을 연상하게 한다. 차도남과의 일전을 기대해 본다.
산행은 대곡사 일주문~정자~이봉~가마바위~정상~적조암~대곡사 일주문의 원점회귀 코스로 총길이는 6㎞ 정도이다. 출발지에서 이봉까지는 2㎞가량, 정상까지는 3㎞가량으로 순수 산행시간은 약 3시간이며 식사와 휴식을 포함해도 4시간이면 족하다. 산행은 대곡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일주문에서 적조암 방향 30m 전방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나무 덱을 오른다. 초반 경사가 약간 부담스럽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불과 몇 분만 오르면 평탄한 길이 나온다. 몇 차례 밀고 당기기가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몸에서 열이 나고 다리가 살짝 뻐근할 즈음 평탄한 길이나 짧은 내리막이 나타나고 산을 가볍게 여길 만하면 어김없이 오르막이 등장한다. 밀고 당기기 고수 같다. 다행히 오르내림이 조화를 이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숲이 우거져 코스 내내 햇빛을 보기가 어려웠다. 10여 분 만에 도달한 정자는 빽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별로다. 정자로 이어지는 두 번째 갈림길에서 취재팀은 왼쪽으로 꺾었으나 정자를 볼 필요가 없는 산꾼이라면 상대적으로 좁은 직진 코스를 이용해도 된다. 곧이어 바윗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길이 나 있는 듯해 가보니 길이 끊겼다. 하지만 바위에 올라서면 바위 중앙으로 이어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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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을 지나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한 가마바위. 10명이 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
출발한 지 40분 만에 첫 번째 고비를 만났다. 이전과는 다른 급경사다. 호기롭게 나아갔지만 이런 길이 한동안 이어지면 다리가 버텨줄까 걱정됐다. 하지만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정도 경사는 별 게 아니다'는 표정을 짓는다. 비봉산을 멀찍이서 봤을 때 한 차례 고비를 각오해야 했던 코스가 바로 이곳인데 실제 코스 길이가 길지 않아 초행자가 잠시 숨이 가빠지는 정도다.
이봉 삼거리에 도달하자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이 유혹했다. 빨갛고 노란 잎들이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이 삼거리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이봉을 만나지만, 직진에 가까운 오른쪽은 이봉을 거치지 않고 정상으로 이어진다. 정상석이 없는 이봉을 뒤로 하고 길을 재촉하면 또다시 단풍이 펼쳐지면서 10명 정도 쉴 수 있는 가마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이 펼쳐지는 곳이지만 이날은 안개가 깔려 다인면 소재지의 논만 희미하게 보였다.
적조암 갈림길에 이어 대곡사 갈림길에 도달하면 정상까지 100m 남는다. 나무 덱을 따라 올라가면 비봉산 정상석, 팔각정인 비봉정, 헬기 착륙장과 억새가 펼쳐진 990㎡(약 300평)의 평원이 나타난다. 비봉산 뒤편에는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에 서면 비로소 북쪽에 낙동강이 보인다. 이정표가 표시하는 산두골(용샘·1.3㎞) 방향 길은 희미하게 나 있었지만 이 길로 가면 적조암을 들르지 않아 부득이 취재팀은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적조암으로 향한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낙동강이 굽이치는 모습이 안개 사이로 살짝 보인다. 삼거리를 지나 더 내려가면 차를 2대 정도 댈 수 있는 공터와 간이화장실이 나타나고 산길과 임도가 서로 자신을 밟으라고 유혹한다. 근교산팀은 임도보다는 산길을 선호한다. 천앙지 갈림길에서 오른쪽 적조암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적조암은 봉황의 허리춤에 자리 잡은 단출한 절이다. 등산객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벤치도 놓여 있다. 털이 흰 개 두 마리가 있지만 성질 나쁜 한 마리만 짖어댄다. 스님은 출타 중인지 기척이 없었다.
적조암 구포루는 스님이 기거하는 사찰로 1847년 창건됐다. 경사진 대지를 이용해 뒤쪽은 온돌방을 설치하고 전면에는 하층주를 세워 누마루를 이뤘다. 한때 대곡사에서 활약한 고승 진영(고승을 그린 그림)을 이곳에서 보관했는데 현재는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옮겨 위탁 보관하고 있다. 적조암 주차장을 지나 곡각지점에서 산길로 내려오면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대곡사 경내를 통과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한 마리 봉황 같은 자태로 산행 초입 반기는 대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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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곡사 일주문. |
산행을 시작하기 전 초입에 위치한 대곡사를 들렀다. 대곡사는 1368년(공민왕 17)에 지공, 나옹 두 왕사가 중건해 대국사라 불렸다.
정유재란 때 전소해 1605년(조선 선조 38) 탄우대사가 중창하고 1687년(숙종 13) 대전선사가 중건했다.
한국향토사연구 전국협의회 향토사연구 제1집에서는 대곡사가 신라 말~고려 초에 창건됐음이 명백하다고 기술한다. 그 고증으로서 1196년 8월 17일에 지은 백운 이규보의 '십칠일입대곡사 탐방시'와 다층석탑의 양식, 1960년 대곡사 텃밭에서 발굴된 통일신라 후기의 양식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상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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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초입에 위치한 대곡사 경내의 다층석탑. 뒤로 보이는 건물이 명부전이다. |
대곡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먼저 평지에 우뚝 솟은 아름다운 일주문과 마주한다. 비봉산대곡사라는 명패가 달려 있는데 한 마리의 봉황을 연상하게 한다. 기둥 둘레만 4m에 달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면 곧바로 범종각(경북 유형문화재 제161호)과 만난다. 범종각 아래에는 오래전 중창 때 나온 듯한 들보가 보관돼 있는데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다.
거무스름한 다층석탑(문화재자료 제405호)이 대웅전(보물 제1831호) 앞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여래삼존불과 후불탱화 등이 봉안돼 있다. 다층석탑 오른쪽에 자리한 명부전(문화재자료 제439호)에는 지장보살과 명부시왕 등이 봉안돼 있다. 그 이외에도 나한전 산신각 종무소 요사채 등이 있다. 대곡사는 한때 9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으나 현재는 적조암만 남았다. 비봉산 허리에 있는 적조암에는 구포루 극락전 삼성각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교통편
- 의성 IC서 안계 방면 국도로 내비게이션에 '대곡사' 입력
비봉산은 경북 의성군에서도 서북쪽에 위치해 상주 예천 안동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찾기는 어렵지 않다. 중앙고속도로 의성IC로 빠져나와 봉양에서 안계 방면 28번 국도를 따라 다인으로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땐 대곡사(경북 의성군 다인면 봉정리 895)를 검색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이번 주 '근교산 & 그너머' 의성 비봉산 편은 GPS 기기 문제로 GPS 파일과 고도표가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