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근교산 팀은 근교산 시리즈1000회 게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미 500회(2006년 10월) 때 애독자 35명과 함께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한 터라 더 높은 산을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국제신문이 지난 20년간 추구한 대로 주변에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지역 명산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결국, 취재팀은 근교산의 초기 가치를 존중하기로 했다. 1000회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 이전에 연재돼 국제신문 근교산의 탄생을 알린 '가볼 만한 근교산' 1회(1993년 1월)에서 다룬 금정산을 오르기로 했다. 물론 국제신문을 아껴주는 애독자 50명, 부산산악협회 회장단 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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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지난 19일 근교산 1000회의 대역사를 맞아 애독자와 부산산악협회 회장단 등 70여 명과 함께 부산
의 진산인 금정산 산행에 나섰다. 애독자들이 낙엽이 두껍게 깔린 산길을 따라 미륵사로 올라가고 있다. |
- 1993년 첫 산행 기념 '죽전마을~범어사' 코스
- 발길 드문 숲길 지나면 바위벽이 병풍
- 애독자 50명과 낙엽카펫 밟으며 단풍 즐겨
취재팀은 금정산의 다양한 코스 가운데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발길이 잦지 않은 코스를 찾았다. 금정산을 수십 번 올랐다는 산꾼 중에도 이 코스는 처음 와 본다는 사람이 많았다. 바로 산성마을~미륵사(미륵봉)~고당봉~금샘~남근석~범어사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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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참가자들이 고당봉 직전 암벽 아래를 지나고 있다. |
지난 19일 산행일. 전날 내린 비가 이어질까 봐 불안감을 자아냈던 날씨는 애독자들의 걷고자 하는 열정을 알아차린 듯했다. 구름이 짙기는 했지만 늦가을 치고는 포근한 날씨 속에 산행을 시작했다. 적당한 오르막과 능선, 바윗길과 계곡, 임도가 이어진 이번 산행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남겼다. 코스는 죽전마을(203번 종점)~등산로 입구~산성 암문~학생교육원 입구 도로~북문 임도 합류지~미륵사~율리 갈림길~고당봉~낙동정맥 갈림길~금샘~남근석~임도~사배고개 갈림길~범어사 주차장으로 이어졌다. 전체 길이는 8㎞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가량.
산행 출발지는 죽전마을 203번 좌석버스 종점. '종점집' 왼쪽으로 이어진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안내판은 직진 방향에 도원사를 표시하고 있다. 산행팀은 여기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금정산성의 비밀스러운 출입구로 쓰였던 암문을 지나면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다. 학생교육원 입구로 연결되는 도로다. 그대로 직진하니 낙엽이 포근하게 쌓였다. 산행 참가자 김양숙 씨는 "낙엽이 황금 카펫을 이뤘네"라며 반가워했다.
출발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느라 조금 늦게 출발한 기자는 용을 쓰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는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산행하는 애독자들도 날씨가 포근해 겉옷을 배낭에 넣는 이가 많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산행 내내 운무와 함께했다. 이날 산행은 풍경 감상보다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 골짜기를 건너 숨 고르기를 하며 걷는데 '부산노래 구노산악회' 회원인 윤채원 씨가 "근교산에서 소개한 코스를 대부분 답사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평소 평일에 산행하느라 산꾼을 잘 만나지 못한 취재팀은 일행과 함께 걸으니 신바람이 났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책로 수준이겠구나 생각하는데 곧바로 오르막이 나와 숨통을 조였다. 산은 언제나 자만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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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 고당봉에서 기념촬영. |
미륵사로 향하는 길에 장갑차 혹은 모자를 닮은 '세월호 바위'가 나타났다. 한 애독자는 "세월호가 여기에 있네. 세월호가 여기 있으니 아이들을 아직 못 찾지"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조금 더 가자 미륵사가 나왔다. 고즈넉한 산사 뒤로 거대한 바위벽이 절경을 이뤘다. 잠시 휴식한 뒤 율리 갈림길을 잇달아 지나 삿갓을 쓴 듯한 어마어마한 바위벽을 왼쪽으로 끼고 오른다. 이어지는 바위를 타고 넘다가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향하던 산꾼들과 만났다. 덱 옆 바위를 통과해 일단의 무리가 나타나자 신기하게 여기는 듯했다. "어디에서 오시는 거예요?" "미륵사 쪽에서 왔어요."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덱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고당봉이다. 주변은 운무가 심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드론으로 멋진 장면을 찍겠다며 힘들게 정상까지 따라온 김민훈 기자는 운무로 신호가 잡히지 않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대신 애독자 박수한 씨가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앱인 페리스코프로 고당봉에 오른 애독자들을 촬영해 전 세계로 보냈다.
고당봉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다방리 방향 철계단으로 내려섰다. 철제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니 급한 내리막이 나왔고 반대편에서 오르는 동호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은 인천 동호인들이었는데 바로 뒤에서 대구 동호인들이 추격하면서 고당봉으로 오르고 있었다. 지역을 초월하는 금정산의 인기를 실감했다. 금샘이 나타난다. 밧줄을 타고 오르기 위해 줄을 섰다. 바위 위에선 금샘이 겨우 눈에 들어온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6m 높이의 선바위 꼭대기의 금샘은 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금샘을 뒤로하고 조금 더 내려오니 2m 높이의 남근석이 나타났다. 구경하고 되돌아 나와 왼쪽으로 휘감아 도는 길을 따라가 임도를 만났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며 운무가 확 걷혔고 화사한 빛깔의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청련암 앞에 내려서자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발길을 붙잡았다. 이곳은 계명암 갈림길로 범어사까지 100m, 왼쪽으로는 계명봉(1.6㎞) 이정표가 서 있다. 범어사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산꾼을 맞았다. 산행팀은 범어사 아래로 내려서 하마마을의 한 식당에서 동동주로 목을 축이며 행복한 산행을 마무리했다. ㈔부산산악협회 김경섭 회장은 건배사를 통해 "남이 안 간 길을 가준 국제신문 근교산이 1000회를 맞은 것을 축하한다"고 덕담했다. 평소 '근교산' 기사를 보고 산행한다는 애독자 송화자 씨도 "국제신문 사랑해"를 외쳤다.
# 산행길서 조우한 두 전우, 42년 만에 '뜨거운 악수'
- 독자로 행사 참여한 이안영·김옥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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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옛 전우인 김옥찬(왼쪽) 씨와 이안영 씨. |
기념산행을 마친 애독자들과 산행팀은 부산 금정구 하마마을의 한 식당에서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았을 즈음 한쪽에서 '우와 신기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연은 이랬다. 이안영(65) 씨와 김옥찬(67) 씨는 1974년 대전 병참기지창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 씨는 육군 하사로, 김 씨는 월남 패망 당시 귀국해 이 씨가 있던 부대로 합류한 병장이었다. 같은 내무반은 아니었으나 인사를 하며 교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후 둘은 연락이 끊겼다.
그러나 인연의 끈이 작용했는지 이 씨는 남천동 삼익비치에, 김 씨는 남천동 KBS 뒤편에 살았다. 지척에 살았던 셈이다. 어느 날 수영구 구보를 보던 김 씨는 자신이 알던 이안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천1동장 기사가 나오자 확인에 나서 군 동료를 통해 이 씨가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전화 통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그러다 국제신문의 근교산 1000회 기념산행에 각자 신청을 했고 운 좋게도 함께 산행할 기회를 얻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이 씨의 이름을 들은 김 씨가 먼저 이 씨에게 말을 걸었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이들은 반가움의 악수를 한 뒤 술잔을 부딪쳤다.
이들은 "둘 다 산을 좋아하고 집도 가까워 앞으로도 산행을 함께하며 우정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42년 전 인연을 만나게 해준 국제신문 근교산 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문의=스포츠레저부(051) 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