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거리 10.5㎞ 길쭉한 코스
- 아기자기한 능선 명상하듯 걸어
- 상대산 정상 서면 동해가 한눈에
- 문인들 칭송한 서쪽절벽 관어대
- 고래불해수욕장·소나무숲 절경
'대게의 고장' 경북 영덕에는 에메랄드 빛 청정 해안을 품은 대소산(286m)이 있다. 영덕군 축산면과 영해면을 잇는 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동해를 따라 능선이 이어진 아름다운 산이다. 숨을 깔딱거리며 올라가는 험산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명상하듯 걸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 봉수대(경북 기념물 제37호)가 있어 봉화산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에는 영덕 축산포 방면의 상황을 서울 남산까지 전했다고 한다. 봉수대에 서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축산항의 어촌마을과 방파제가 내려다보인다. 축산항으로 부는 서풍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단다. 이 산을 따라가면 영해면의 상대산(183.7m)으로 이어진다. 상대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이 속한 동해가 펼쳐진다. 고려 말의 학자인 목은 이색이 '바다의 고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상대산 서쪽 절벽을 관어대라 불렀다고 한다. 이색을 비롯해 조선 초 성리학자 김종직과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인인 원천석이 '관어대'라는 제목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바쁜 일상에 쫓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면 대소산과 상대산을 걸으며 시를 읊듯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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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소산 정상의 봉수대에 오른 이창우 산행대장 뒤로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과 죽도산이 내려다보인다. 왼쪽 위 하얀 등대가 서 있는 곳이 죽도산이다. |
산행 코스는 대소산 입구~체육시설~대소산 정상~팔각정~체육시설 삼거리~전망대~망월정~사진구름다리~황성개비산~관어대 삼거리~전망 덱~도로 합류~대진교회 앞 갈림길~무덤~상대산 정상~대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쭉한 코스다. 총거리 약 10.5㎞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산행은 축산항 인근 대소산 입구(교통편 참조)에서 시작한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어 산행 채비에 좋다. 영덕 블루로드 안내판 옆으로 대소산 봉수대(2.0㎞)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노란 방화수 물탱크를 지나 20분가량 걸으니 운동기구 10종이 있는 체육시설과 만난다. 나무 사이로 슬쩍 바다가 보인다. 봉수대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이정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오른쪽 길이 있다. 봉수대를 지나지 않는 우회로다. 조금 더 오르면 나무 계단에 이어 원형 석벽이 보인다. 바로 봉수대가 있는 대소산 정상이다. 봉수대는 조선 초기의 것으로 지름 20m로 석벽을 쌓고 그 안에 원추 모양의 지름 11m, 높이 2.5m의 봉돈(봉화대)을 쌓았다. 남쪽으로 별반 봉수대, 북으로 평해의 후리산 봉수대, 서로 광산 봉수대를 거쳐 진보의 남각산 봉수대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축산항의 죽도산과 맑디맑은 동해가 넘실거린다.
방어벽 아래로 내려와 이번엔 왼쪽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팔각정을 지나 살짝 오르막이 나오는데 작은 봉화산(277m)이란다. 300여 m를 더 나아가면 다시 체육시설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목은이색산책로(3.1㎞), 동부초등학교(5.0㎞)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목은산책로 방향으로 향한다. 전망대를 지나 망월정(블루로드 쉼터)을 지나면 사거리가 나온다. 답사로는 오른쪽 목은이색산책로 방향이다. 왼쪽으로 가면 영해초등학교(2.5㎞)가 나온다. 영해면과 사진2리를 잇는 아스팔트 도로를 만나기 직전 오른쪽에 철제 구름다리가 있다. 사진구름다리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임도에 닿는데 '영덕블루로드 13'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50m가량 내려갔다가 오른쪽 산길로 올라선다. 여름에도 물 한 통만 들고 걸어도 될 정도로 완만하면서 우거진 나무가 그늘을 선사해 왜 목은이색산책로가 조성됐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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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산 정상의 관어대. 뒤로 고운 모래가 20리에 걸쳐 있다는 고래불해수욕장의 장관이 펼쳐진다. |
한 산악회가 붙인 황성개비산(162m) 알림판을 지나면 목은이색기념관까지 2.2㎞가 남는다. 이어 삼거리에서 오른쪽 관어대(2.7㎞) 방향으로 향한다. 직진하면 목은기념관(1.8㎞)이 나온다. 이색 선생이 지은 '영해를 그리워하며' 라는 시가 걸려 있다. '외가댁은 적막한 바닷가 마을에 있는데/풍경은 예로부터 사람들 입에 올랐었네/동녘 바다 향하여 돋는 해를 보려 하니/갑자기 슬퍼 두 눈이 먼저 깜깜해지누나/황량한 마을서 하룻밤 단란히 묵으면서/젊은 시절 회포를 자세히 논해보지 못하였는데/회상컨대 몇 년 사이 선배들은 다 떠났고/아침 까치 지저귀더니 어느덧 또 황혼일세'라는 내용이다. 평생에 걸쳐 외가를 그리워했던 이색 선생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전망대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200m를 들어가니 전망대에서 주민 2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합석해 요기했다. 낯선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어주는 정이 살아있는 곳이다. 도로와 합류해 관어대(0.7㎞)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는다. 왼쪽으로는 대진항(0.7㎞) 방향이다. 루셈영덕연수원을 지나 대진장로교회 맞은편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관어대가 있는 상대산은 마을 뒷산치고는 가팔라 산행 막바지에 고비를 맞았다. 갈림길인데 양쪽 모두 관어대(0.5㎞)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다. 자주민주통일운동을 이끈 농민운동가 권종대 선생 추모비와 안동 권씨 무덤 옆 두꺼비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목제 덱이 정상까지 놓여 있다.
정상에 마련된 정자인 관어대 뒤로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최고의 전망이다. 드넓은 영해와 병곡평야, 명사 20리의 고래불해수욕장과 곰솔의 푸른 소나무숲 등이 펼쳐져 시원함과 통쾌함이 느껴진다. 하산길에 접어들면 나무 계단이 이어져 있는데 간격이 좁아 불편하다. 폭을 좁게 하고 나머지 구간을 산길로 놔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도와 만나 대진해수욕장 쪽으로 왼쪽으로 꺾은 뒤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산행 종착지인 대진해수욕장이 나온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200년 된 고택 늘어선 괴시리 전통마을
산행지와 가까운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전통마을을 들러 볼 만하다. 괴시리 전통마을은 200년 된 고옥이 30여 동이나 즐비한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마을 전면에는 영해평야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마을을 아늑하게 품고 있는 산으로 올라가면 목은 이색 선생의 생가 터와 기념관이 있다. 이색 선생은 고려 말 성리학자로 충절이 높았던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등과 함께 고려 삼은이라 불린 인물이다. 20세에 아버지를 따라 원나라에서 유학했으며 삼은이 모여 원나라에서 들여온 성리학을 연구해 기초를 확립했다. 고려가 망하자 끝까지 지조를 지키고 후진을 육성했다.
목은이색기념관에는 목은 선생의 자료가 소장돼 있으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기념관 옆에 생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터만 남았고 생가와 기념관 사이에 서당으로 사용됐던 옆집이 남아 있다. 목은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일찍이 고향을 떠났으나 평생 고향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목은 이색 산책로가 시작된다.
# 교통편
- 영해터미널서 군내버스 탑승
- 축산항 종점 내려 500m 이동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해안 일반직행(오전 6시30분, 9시30분, 10시30분)을 타고 영해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영해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축산항)에서 내린다. 도곡을 경유하는 버스는 하루 12편(오전 7시40분, 8시20분, 9시10분, 10시40분 등), 대진해수욕장을 경유하는 버스는 하루 4편(오전 10시, 11시30분 등)이 있다. 축산항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맞은편 '축산항 5길 5-1' 오른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 약 500m를 걸으면 된다. 차량을 이용할 때는 내비게이션에 '축산항 1길 70'을 검색한 뒤 진행 방향으로 200m 정도 더 가면 왼쪽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 대소산 입구다. 산행을 마친 뒤 영해터미널에 가려면 영해개인택시(054-732-0358)를, 산행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축산개인택시(054-732-5151)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