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향기에 물소리 바람소리
- 한여름 별미 같은 산행코스
- 폭포·나무그늘 만나면 절로 시원
- 완만한 경사에 코스도 재밌지만
- 정상 직전 바윗길은 조심해야
한여름 긴긴 줄을 기다려가며 별미인 냉면 또는 밀면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행에도 별미가 있다. 바로 계곡 산행이다.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면처럼 청량감을 주는 계곡과 폭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산속은 나무들이 연출해 내는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있어 오히려 시원하다. 주변의 열기를 흡수한 계곡과 폭포까지 만나면 한여름 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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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룡사를 출발해 화장암 갈림길을 지나 장구목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폭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여름 더위를 잠시 씻기에는 충분하다. |
하지만 계곡 산행에도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대부분 계곡이 긴 데다 폭포까지 만들어 내려면 우람한 능선과 고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름다운 계곡을 만나는데 땀방울 좀 흘리는 것쯤이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멋진 계곡을 만나기 위해 세 번에 걸쳐 땀방울을 흘릴 계획이다. 코스의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계곡과의 찐한 ‘조우’가 마련돼 있으니 여름이 가기 전 계곡 산행에 도전해 보자.
계곡 산행 첫 번째 코스인 경북 문경 운달산은 해발고도가 1100m에 달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산행의 재미도 좋아 ‘강추’하는 코스다. 콸콸 흐르는 계곡을 벗 삼아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다가 아주 짧은 구간을 치고 오르면 어렵지 않게 800m대 높이의 장구목에 올라 있다. 계곡과 폭포는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듯한 서늘함이 몸을 감싼다. 하지만 정상부에 가까워지면서 바위를 오르내릴 때는 조금 힘에 부치기도 하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는 말길.
산행은 김룡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김룡사~여여교~저수조~화장암 갈림길~운달계곡~장구목~전망바위 갈림길~전망대~운달산 정상~폐헬기장~이정표 갈림길~화장암~김룡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산행거리 약 9㎞에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가량 걸린다. 김룡사 대형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김룡사 둘레길 안내도를 보고 일주문을 지난다. 잠시 뒤 김룡사 입구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에 김룡사가 있고 직진 코스에는 양진암, 대성암, 화장암이 기다리고 있다. 취재 땐 먼저 김룡사를 들렀지만 산행 말미에 들러도 된다.
김룡사에 들렀다 나오는데 김룡사에서 머무르는 듯한 백구가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일정 거리 앞에서 걸어간다. 시골길을 가듯 평평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여교라는 다리가 나타난다. 대성암을 중심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면 양진암(530m)과 대성암(80m)을 만날 수 있지만 답사로는 오른쪽 화장암(940m) 방향이다. 징검다리를 건넌다. 저수조를 만나지만 그대로 통과한다. 계곡의 유량이 풍부해 경쾌한 소리가 난다.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철조망을 지나는데 갑자기 주위가 서늘해진다. 이 지역이 냉골의 영역에 속한다더니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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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룡사를 지나면 나오는 전나무 숲길. |
화장암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화장암(380m)과 직진 운달산(3410m)이 갈라진다. 왼쪽은 화장암을 지나 운달산 정상까지 치고 오르는 코스이고, 직진은 운달산을 에둘러 가는 코스라 보면 되겠다. 1100m 높이를 올라야 하므로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에 운달산 이정표를 따른다. 폭포가 나타난다. 10m만 가까이 가도 온도가 2~3도 내려가는 듯하다. 종일 머물고 싶어진다.
폭포와 아쉽게 이별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운달계곡을 몇 차례 건너다보니 계곡이 합수되는 지점에서 갈림길이 나타난다. 계곡을 건넌 뒤 곧장 오른쪽으로 오른다. 계곡과 헤어지면서 급경사를 만난다. 계곡을 오를 때 힘을 비축해서인지 1차 목표인 장구목까지 오르는 데 그리 힘들지 않다. 운달산 정상(1.1㎞)을 향해 왼쪽 능선으로 꺾는다. 직진하면 용연리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장구령(1.0㎞)이 나온다.
전망바위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왼쪽에 전망대가 있다. 사불산이라고도 불리는 공덕산, 그 뒤 바위가 볼록한 천주산이 보인다. 전망대 옆 바위 사이로 하산길이 있다. 바위는 젖어있고 밧줄이 매달려 있어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내려가 본다. 불안하면 직전 전망바위 갈림길로 돌아가 왼쪽으로 꺾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갑자기 산세가 험해진다. 울룩불룩한 바위를 오르내리면 살짝 힘이 든다. 운달산 정상에 도달하면 쇠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고 표지 윗부분에 지도로 문경대간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직진하면 석봉산(50분 소요), 오른쪽으로는 성주봉으로 갈 수 있다. 바로 옆에 정상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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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달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전망대. 들머리인 김룡사와 주차장, 운달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
헬기장에서는 왼쪽 금선대~화장암, 대성암~김룡사(이정표엔 김용사) 방향으로 간다. 직진하면 단산, 석봉산~조항령으로 갈 수 있다. 하산길 경사는 약간 가팔라지지만 걸을 만하다. 한참을 내려가니 멀리서 계곡 소리가 들린다. 이정표가 나오는데 오른쪽 금선대 방향은 스님들의 수행을 위해 나무로 입구를 막아놓았다. ‘김용사(1360m)’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화장암을 지나 화장암 갈림길을 만난다. 주차장 옆에서 본 김룡사 둘레길로 가는 길이 화장암 갈림길 직전에 있는 것 같은데 길을 찾을 수가 없어 산행 초기 올랐던 길로 도로 내려간다. 김룡사 대형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300년 된 해우소 눈길 끄는 천년고찰
■ 신라시대 창건한 ‘김룡사’
산행 코스에 있는 사찰 김룡사(사진)는 꼭 둘러볼 만하다.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 10년(588) 운달조사가 창건해 운봉사라 했다. 이후 임진왜란 때 전소하고 1624년 인조 2년에 혜총선사가 중창했으며 의윤 무진 대휴의 세 대사가 삼창했다. 현재는 대소 전각 30여 채가 남아 있다.
사찰 입구에는 목조로 된 토속건물인 300년 이상 된 해우소가 눈길을 끈다. 이어 사천왕 신장상을 지나면 대웅전이 보인다. 30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온돌방이 있는 경흥 강원건물과 설잠대사가 조성한 대웅전의 불상과 성균대사가 만든 후불탱화도 유명하다.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봉사 아래에 숨어 살면서 신녀를 만나 불전에 참회하면서 낳은 아들을 용이라 했는데 이후 가문이 부유해지면서 운봉사를 김룡사로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 교통편
- 문경공용터미널로 간 뒤 50번 좌석버스 갈아타고 김룡사 정류장서 하차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문경·충주행 버스(오전 8시40분, 11시25분, 오후 1시30분, 3시50분, 5시20분, 6시50분)를 타고 문경공용터미널에서 내린다. 문경터미널에서 김룡(용)사·석봉행 50번 좌석버스(오전 6시50분, 8시30분, 10시30분, 낮 12시50분, 오후 3시10분, 5시10분, 6시40분)를 타고 김룡사에 내린다. 산행 후 김룡사 또는 석봉 종점(오전 7시30분, 9시, 11시15분, 오후 1시50분, 4시10분, 6시5분 7시35분)에서 되돌아 나오는 버스를 타고 문경터미널로 가면 된다. 김룡사와 석봉에서 출발시간이 각각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문경터미널에서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행은 오전 8시30분, 10시20분, 낮 12시35분, 오후 1시55분, 3시20분, 6시25분(막차)에 있다. 자가운전 시 내비게이션에 김룡사를 검색하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