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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038> 공주 태화산 활인봉~나발봉

백범이 거닐던 명상길…적송림 솔향기에 흠뻑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7-08-16 19:07:3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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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란 피해간 마곡사 품은 산
- 명성황후 시해 일본 장교 죽인
- 김구 선생 승려 생활하며 은신

- 멋진 정상 조망은 없지만
- 달고 맛있는 백련암 약수
- 소원성취 전설의 마애불 등
- 잔재미 있고 산림욕 하기 좋아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백범 김구 선생이 한때 승려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근교산 취재팀이 나발봉 정상을 지나 한국문화연수원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백범 명상길 구간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적송림 사이로 잘 다듬어진 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할 수 있다.
그는 1897년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다음 해에 탈옥해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했단다. 마곡사의 부속 암자인 백련암에서 머물렀으며 마곡사를 품은 태화산은 그의 은신처이자 사색의 공간이었다. 광복 이후 그는 마곡사를 찾아 향나무를 심었는데 현재까지 뜰에서 자라고 있다. 김구 선생이 마곡사를 피신처로 삼은 이유는 뭘까. 마곡사는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택리지나 정감록에 기록돼 있다. 실제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도 피해를 당하지 않은 곳이라 하니 찾긴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최고로 아름답다는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무렵 태화산과 마곡사를 찾은 것은 김구 선생의 탄생일(오는 29일)을 앞두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고귀한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입추와 말복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이 무렵 공주시가 마곡사와 태화산 일대에 조성한 ‘백범 명상길’을 걸으며 산림욕 중 최고라는 적송림의 정기를 누려보자.

산행은 마곡사 상가 주차장에서 시작해 일주문~갈림길~마곡사 주차장~다루정(카페)~갈림길~불모비림~거북바위 삼거리~백련암~마애불~영은암 갈림길~활인샘 갈림길~활인봉~생골 갈림길~나발봉~정자~토굴암 갈림길~군왕대 갈림길~영은교~삭발바위~마곡사~마곡사 상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산행거리 약 9.5㎞에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가량 걸린다.

   
보물 제801호인 마곡사 대웅보전.
마곡사 상가 주차장에서 마곡사 방향으로 이동하다 일주문과 매표소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도로를 따라야 해 왼쪽 산길인 ‘전망 있는 마곡사 가는 길’을 택한다. 도로에 내려서면 마곡사 주차장인데 백범명상길,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다루정이라는 카페 앞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송림욕(송임욕이라 적혀 있다) 등산로’ 이정표가 있지만 답사로는 도로를 따라 올라 백련암으로 올라가면 된다. 바로 앞에 은적암 갈림길이 나오는데 백범명상길, 백련암 등이 있는 오른쪽으로 향한다. 전국 유일의 불모비림을 둘러본 뒤 일현교를 건넌다. 불모비림이란 사찰에 불화 또는 불상, 단청을 제작한 사람을 뜻하는 불모들의 비를 모은 숲이란 뜻이다.

거북바위가 있는 삼거리에서는 백범명상길 이정표와 백련암 표지석을 따라 왼쪽으로 꺾는다. 오른쪽엔 죽림원, 토굴암이 있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르면 백련암이 나타난다. 쭉 들어가 ‘달고 맛있는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잔 마신 뒤 10m가량 되돌아 나와 마애불 기도처 화살표를 따라 왼쪽 송림욕 등산로로 올라간다. 마애불 삼거리에서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마애불을 찾아 기도한다. 마애불은 화려하기보다 순수함을 강조한 듯하다. ‘할인봉(할은 활의 오기) 3코스’ 방향으로 간다. 날이 무더워서인지 나무계단이 가팔라 보인다. 영은암 갈림길과 활인샘 갈림길에서 활인봉 방향으로 직진한다. 정상석과 정자가 있는 활인봉(418m)에 도달한다. 정상석에는 423m라 표기돼 있으며 조망은 없다. 전설에 따르면 활인봉의 생명수 샘터에서 뜬 생명수를 먹으면 죽어가던 사람도 살아난다 한다. 생명수는 활인샘을 뜻하는 듯하다.

   
산행길 초입에 만나는 불모비림.
이제부터는 나발봉으로 이동한다. 약 2㎞ 거리다. 활인봉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중간중간에 벤치도 마련돼 있다. 밀양 박씨 부부 묘 앞 이정표에서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에는 오른쪽으로 나발봉(0.25㎞)이 있다고 돼 있는데 곧장 오른쪽으로 가면 안 되고 부부 묘 뒤로 난 길을 따라야 한다. 나발봉(417m)에 오르지만 삼각점과 리본만 달려 있다. 나발봉은 한때 도적의 파수꾼이 올라와 보초를 서며 무슨 일이 있으면 나발을 불어 요새에 신호를 전한 곳이라 한다. 삼각점을 지나 그대로 가면 구계삼거리를 지나 법화산 쪽으로 이어지지만 부부 묘가 있는 삼거리로 돌아 나와 왼쪽으로 꺾는다. 정자를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넓은 길로 간다. 소나무마다 종이가 하나씩 붙어 있다. 재선충 예방접종을 받은 나무를 표시한 것이다.

한국문화연수원 갈림길에서 오른쪽 마곡사 방향으로 이동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 뒤 토굴암·군왕대 갈림길에서 두 곳 모두 직진한다. 계곡을 건너면 명상을 했을 법한 바위가 있는 명상길 초입 쉼터가 나온다. 안내판은 바위 뒤 나뭇가지 사이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안내판에는 김구 선생이 황해도 치하포 시절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다.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로다’라고 곱씹었다는 당시 행적을 설명해 두었다. 이어 다시 출발하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산에서 다 내려온 셈이다.

   
막바지에 지나는 마곡사 직전 계곡 가의 삭발바위.
영은교가 나타난다.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한국문화연수원으로 이어지는데 다리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이정표에는 삭발바위까지 0.6㎞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100m도 채 안 돼 삭발바위로 가는 나무다리를 만난다. 나무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서면 김구 선생이 삭발을 한 곳이라는 삭발바위가 있다. 삭발바위를 지나 마곡사(‘떠나기 전에’ 참조) 경내를 둘러본 뒤 차단기를 지나 산행 초기에 왔던 산길 말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간다. 매표소를 지나 마곡사 상가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라마교풍 오층석탑 이색적인 ‘마곡사’

   
천년고찰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 자장율사가 세웠다는 설과 신라의 승려 무선이 당나라에서 돌아와 세웠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대광보전 앞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라마교풍의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사진)과 그 뒤로 마곡사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마곡사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등이 배치돼 있다. 동쪽으로 마곡사 백범당(심검당)과 고방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응진전 부근에 백범 김구 선생이 기념식수한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마곡사 상가 주차장에서 마곡사로 이어지는 길엔 많은 식당이 있다. 산채정식과 표고버섯찌개, 산채비빔밥, 청국장, 능이버섯찌개, 더덕구이, 도토리묵 등이 주 메뉴로 가격은 8000원에서 1만5000원 사이.


# 교통편

- 부산역 출발해 공주역 간 후 200번 버스 타고 종점 하차
- 마곡사행 770번 갈아타야

부산역에서 오송역으로 가서 목포행으로 환승해 공주역에서 내린다. 부산역에서 각각 오전 5시45분, 6시10분, 8시40분, 9시5분 열차를 타면 오송역에서 오전 8시4분, 9시24분, 10시45분, 11시33분에 출발하는 공주역행 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공주역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 200번을 타고 종점인 산성동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이어 마곡사행 770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곡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산행 후에는 마곡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770번 시내버스를 타고 산성동 터미널에서 내린 후 공주역행 200번 시내버스를 탄다. 공주역에서 열차(오후 3시21분, 4시56분, 7시32분)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린 뒤 부산행(오후 4시25분, 5시45분, 8시15분) 열차로 환승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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