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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10> 성전환하는 어류

"나 트랜스젠더야" 번식·생존 위해 커밍아웃하는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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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이 끝나면 몸 색 변화와 함께 암컷이 되는 리본장어
- 무리 중 가장 우수한 놈이 변하는 흰동가리 돔
- 태어날 땐 수컷, 30㎝ 이상되면 암컷되는 감성돔
- 일부다처제 용치놀래기, 우두머리 수컷 죽으면 가장 큰 암컷이 수컷돼
- 앵무고기도 수컷으로 성 전환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한 앵무고기가 산호 틈에 몸을 숨기고 있다.
태국 푸껫 섬을 대표하는 관광자원 중에는 사이먼 쇼가 있다. 화려한 무대에 오른 수십 명의 연기자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과 무용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출연자는 모두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생긴 게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생물학적 성과 심리적 성의 불일치로 방황했을 이들에게 현대 의학은 트랜스젠더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이들은 당당하게 커밍아웃했다.

일부에서는 트랜스젠더를 두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하지만 자연계 특히 바닷속 어류 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성을 바꾸는 종이 더러 있다. 이런 선택을 두고 스탠퍼드 대학의 조안 러프가든(생물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진화의 무지개'에서 "성적 다양성이 진화를 이끄는 한 축"이라고 언급했다. 러프가든 교수는 기존 진화론인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사회적 선택'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러프가든 교수 역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진화를 통해 터득한 종족 보존 행위

바위 틈에서 휴식하고 있는 앵무고기.
자연계에서 성전환 유형은 어류로 대표되는 바다 동물에게서만 일어난다. 이유는 물이라는 매개 때문이다. 수컷의 정자는 액체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데다 수정란은 건조를 막기 위해 액체로 감싸고 있어야 한다. 물속에서야 수정란이 마를 리 없지만, 바다에서 땅으로 올라온 생명체는 수정란 건조를 막아야 했다. 결국 땅 위 생명체는 수정란 보호를 위해 자궁을 가지게 되었고, 자궁의 존재는 자연상태에서 성전환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수컷으로 태어나 5년 정도 지나 대부분 암컷으로 성전환하는 감성돔.
자연상태에서 성전환이 가능한 어류는 성을 전환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성장하면서 수컷에서 암컷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암컷에서 수컷으로 전환하는 경우이다.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대표격은 장어 목에 속하는 리본장어이다. 리본장어는 우리가 흔히 보는 리본처럼 몸이 얇고 긴데다 화려한 색을 띠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리본장어는 유어기를 거치며 수컷으로 성장기를 보낸 후 성장이 절정에 이른 후에는 암컷으로 성을 바꾼다. 재미있는 것은 성을 바꿀 때마다 커밍아웃하듯 몸의 색을 바꿔 자신의 성징을 상대에게 알린다는 점이다.

먼저 유어기 때는 몸 전체가 검정을 띤다. 이후 몸길이가 65㎝ 이상에 이르면서 수컷의 성징이 나타나는데 이때 주둥이를 제외한 몸 전체에 화려한 청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몸이 95~120㎝로 커지면 몸 전체를 노란색으로 물들이며 암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암컷인 노란색 리본장어는 여간해서는 찾기 어렵다. 암컷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한 데다 종족 번식이라는 본능적 경계심이 강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암컷이 죽으면 무리 중 가장 큰 수컷이 암컷으로 성을 바꾸는 흰동가리 돔.
말미잘과 공생관계에 있는 흰동가리 돔도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그런데 모든 리본장어와 흰동가리가 성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성전환은 선택받은 한 마리에 그친다. 모계 중심의 군락생활을 하는 이들 무리에서 암컷이 죽고 나면 다른 암컷이 그들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거나 암컷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무리 중 가장 우수한 수컷 한 마리가 암컷으로 성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진화를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말미잘로부터 보금자리를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흰동가리의 경우 암컷이 죽었다고 해서 훌륭하게 적응한 보금자리를 버리고 떠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본장어와 흰동가리 등이 무리 중에서 선택된 한 마리만 성을 바꾸는 것과 달리 횟감으로 인기가 있는 감성돔은 태어날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5년 정도 자라 몸길이가 30㎝ 이상이 되면 대부분 암컷이 된다. 이는 수컷은 몸집이 작아도 수억 마리의 정자를 가질 수 있지만, 정자보다 상대적으로 큰 난자는 덩치가 커야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난자를 가지기 위해서는 덩치가 클 때 암컷으로 성을 바꾸는 것이 종족 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진화를 통해 터득해갔다.

■성전환 못하면 살기 위한 욕구 우선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용치놀래기 한 쌍.
다음 유형은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경우이다. 우리 주변 바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농어목에 속하는 용치놀래기는 보통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서너 마리를 거느리고 번식하다가 우두머리격인 수컷이 죽으면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수컷이 죽고 난 후 무리 중에 남은 암컷들은 서로 시각적 자극을 통해 크기에 따라 큰 것은 수컷으로 변하고, 작은 것은 암컷으로 그대로 남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각적 자극을 받은 후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남성 호르몬이 분비돼 수컷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2~3일이 지나면 완전한 수컷이 된다고 한다. 무리 중 선택적으로 수컷으로 변하는 것은 우수한 유전자를 통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수컷으로 변하지 못하는 암컷은 수컷으로 변하기 위해 경쟁하다가 무리에서 도태되기보다는 암컷으로 남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수컷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죽이고 사는 셈이다.

유어기 때 검은색을 띠다 성체가 되면서 청색이 나타나는 리본장어. 이때 수컷의 성징이 나타난 이후 몸 전체가 노란색으로 물들이면 암컷으로 성전환한다.
농어목에 속하는 앵무고기도 수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앵무고기는 돌출된 이빨이 앵무새 부리를 닮아 지어진 이름으로 '통니'라고 불리는 돌출된 이빨은 딱딱한 경산호를 긁은 데 편리하다. 이들은 '통니'를 이용해 산호를 긁어먹은 후 입속에서 잘게 부숴 위장으로 넘기면 산호 분쇄물 속에 들어 있는 조류는 소화되고 석회질의 분말은 그대로 배설된다. 주로 초식성으로 알려졌지만 앵무고기들 중 일부 종은 강력한 이빨을 이용해 성게를 깨 먹기도 한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앵무고기는 말레이시아 시파단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팔로 피시(Bumphead Parrofish)이다.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앵무고기류에 속하는 어종 중 비늘돔과 파랑비늘돔 두 종만 발견되고 있어 앵무고기류를 파랑비늘돔과로 분류한다.


# 암수한몸

- 갯지렁이·따개비 등 무척추 동물 대부분

고착생활을 하는 암수한몸의 따개비.
유성생식은 암컷과 수컷 각각의 배우자를 요구한다. 종 대부분에서는 암컷과 수컷이 분리돼 있다. 그러나 어떤 종은 한 개체가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경우가 있다. 이러한 종을 암수한몸이라고 한다. 무척추 동물은 대부분이 암수한몸이다.

암수한몸이라도 번식하는 방법에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환형동물에 속하는 갯지렁이는 번식을 위해 상대를 찾아 나설 수 있지만, 해안가 바위 등에 단단히 들러붙어 고착생활을 하는 따개비(절지동물 문 갑각강)는 움직일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따개비는 어떻게 배우자를 찾아 교미할까. 이들은 교미 침이라는 길고 유연한 생식기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여러 개체가 가까이 밀집해 살아가는 따개비는 옆에 있는 개체를 향해 교미 침을 뻗어 정액을 주입한다. 이때 상대방도 암수한몸이기에 구태여 암컷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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