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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24> 지장경

'성불 미루고 중생 구제' 정신 실천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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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3-04 20:26:0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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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 탱화.
지옥은 있을까? 지옥을 믿거나 말거나 또 있거나 없거나, 흔히 떠올리는 지옥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끔찍한 형벌을 받는 구체적 공간이다. 그렇기에 지옥은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지옥의 문을 지키고 서 '한 중생이라도 지옥에서 고통받는 자가 있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낸 보살이 있다. 바로 지장보살이다. 자신의 성불조차 뒤로 미루고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먼저 구제하겠다는 큰 원력을 낸 지장보살을 주인공으로 그의 원력을 밝히는 경전이 지장경(地藏經)이다.

지장경의 원래 이름은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이 경은 석가모니가 도리천에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한 내용을 모은 것으로, 지장보살의 전생과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지옥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13품으로 나눠 설하고 있다.

지장보살을 대원본존(大願本尊)이라 한다. 끝도 없는 중생세계에서 한 중생이라도 지옥에서 고통받는다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성불하지 않고 중생의 고통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끝을 알 수 없는 큰 원력이다. 이렇게 지옥에 주목하다 보면 지장경을 이미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하는 경전으로 오해하거나 죽은 조상이나 망자를 위한 경전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다.

지장보살의 원력이 성취되려면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옥 중생을 구하는 일은 일차적 일이 될 것이요, 그에 앞서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이 없도록 하는 예방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할 것이다. 그러니 지장보살의 영역은 지옥이라기보다 지옥에 떨어지기 직전의 현실세계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지장경에는 지옥의 여러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죄인의 몸을 끓는 물 속에 넣고 , 불길이 죄인을 덮치고, 달구어진 쇠기둥을 안게 하는 등 상상초월의 고통과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지옥에 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리고 죄를 지었을 때의 과보도 소상히 일러놓았다. 인과에 입각한 겁주기다. 이런 경고문들이 겁을 주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이를 위한 것이면서 선업 쌓는 일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장경은 사후의 영가를 위한 경전이 아니며 또 지장보살의 원력에 기대는 타력신앙의 경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산자를 위한 경전이면서 동시에 지장보살의 원력이 삶의 한가운데서 실현되도록 개인의 실천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경전인 것이다.

지옥이 없다고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우리는 수시로 지옥문을 넘는다. 그래서 지옥고를 받는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나,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났을 때 내 몸을 태울 듯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을 느껴보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지장경에 그려진 구체적인 모습만 지옥은 아니다. 바로 내가 사는 이곳이 지옥일 수도 있고 그 지옥을 벗어나는 길 또한 내가 사는 이 땅에 있다는 것이 지장경이 던지는 메시지이다.

"지장보살이여. 미래 일체중생들이 불법 가운데서 털끝만 한 선근이라도 있다면 버리지 말고 구원하라. 그대의 원력이면 능히 그들을 보호하고 점점 선근을 불어나게 할 것이며, 다시는 죄악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다." 지장보살이 부처님으로부터 부촉받는 내용이다.

그렇다. 지장보살은 우리가 지은 죄에 주목하지 않고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털끝만 한 선의 씨앗을 키워 주려 한다. 지장경은 바로 그 씨앗에 뿌려지는 단비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잦은 요즘, 지장경의 단비를 맞고 중생들의 선근이 자라나 지옥이 텅 비는 날을 그려본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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