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쯤이면 경남 산청과 합천에 걸쳐있는 황매산에 철쭉이 한창이다. 철쭉꽃을 구경하러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산은 몸살을 앓는다. 올 겨울은 유난히 날씨가 추웠던 터라 나무들이 냉해를 입어 예년에 비해 개화도 시원찮고 꽃 색깔도 좋지 않다.

섭섭한 마음을 안고 내려오는데 언덕 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노신다. 식사도 하시고 술도 드시면서 손뼉 치고 노래를부르신다. 신이나 덩실 덩실 엉덩이춤을 추시는 분도 있다.

한 쪽을 유심히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따로 떨어져 나와 혼자 처량하게 계신다. 문득 장마철에 뭐 먹을 게 없을까 하고 헤집고 다니다 흠씬 비만 맞고 추워서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장닭이 생각난다.

슬그머니 옆에 다가가 말을 붙여본다. 우리 등 뒤에선 노인들의 흥겨운 노래 소리와 손뼉 치는 소리들이 소란스럽다.

왜 이렇게 혼자 계실까? 점심 드신 게 탈이 나신 걸까? 아니면 먼저 간 할멈이 생각나 흥이 나시지 않는 걸까? 풀 죽은 모습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얼른 보아도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에서 고달팠던 지난 세월의 상흔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한 번 웃어보시라고 하니 고개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신다. 그러다 애써 알듯 말듯 엷은 미소를 지으신다. 미소가 이내 주름 속으로 허물어져 울음으로 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