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무심코 던진 그물에 걸려든 보물같은 /신주선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찰리북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9 21:25:23
  •  |  본지 15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른다. 표지나 추천사, 처음 몇 쪽만 보고 책을 고르는 일은, 속이 안 보이는 깊은 바다 속에 그물을 던져 넣는 일과 닮았다. 때로는 펄떡거리는 싱싱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지만, 운이 나쁘면 앙상한 생선 뼈다귀나 헌 고무장화가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또 때로는 큰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이 놀라운 보물로 밝혀진다.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처럼.

열두 살 소녀 미란다는 퀴즈쇼에 나가려는 엄마의 연습을 돕고, 단짝인 샐과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집 근처 노숙자가 무서워 길을 빙 둘러가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미란다와 샐이 집에 가는 길에, 한 소년이 다가와 아무 이유 없이 샐을 때린다. 그때부터 샐은 자기 집에 틀어박혀 미란다에게 서먹하게 군다.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미란다는 이전에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사람들을 더 가깝게 알게 된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과보호라고 느끼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앤머리. 은시계나 예쁜 초록색 부츠로 미란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안에 외로움을 품고 있는 줄리아. 그리고 미란다의 마음을 흔드는 쾌활한 소년 콜린. 늘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탓에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앨리스. 물리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사람 관계에는 지독히 서툰 마커스. 그리고 어느 날인가부터 미란다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답장을 쓰라고. 결코 지루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흘러가는가 싶던 이야기는 대단원으로 치달을수록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닥친다. 그리고 독자는 마침내 알게 된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는 퍼즐이라는 것을. 그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먹먹한 감동을 안겨 준다.

독서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 또 다른 경쟁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 쓰일 때 책의 매력은 반으로 줄어든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하다'라든가 '꿈꾸다' 같은 동사들처럼, '읽다'는 명령 때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이 독자든 어른 독자든 아무 의무감 없이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을 만나, 그 안에 푹 빠져 즐겁게 읽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가장 완벽하게 얻는 방법이므로.

이 책의 원제는 'When you reach me(당신이 내게 다다를 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원제가 지닌 마음을 울리는 힘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간절히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싶어질 것이라 믿는다.

동화작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부산교육다모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최현범 목사의 좁은 길을 걸으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안동 건진국시와 누름(지물)국시
국제시단 [전체보기]
가오리 /신정민
부동不動 /정성환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의 괴물들
서쪽 하늘 끝에 웅장하게 덩더룻이 솟아있던
문화 소식 [전체보기]
부산문화재단,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심의 시작
부산독립영화협회 “서병수, BIFF 탄압…검찰, 재조사 하라”
방송가 [전체보기]
국내 3대 종주코스 덕유산 2박3일 산행
편견 이겨낸 전신탈모 배우의 빛나는 이야기
새 책 [전체보기]
동조자 1·2(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外
놀러 가자고요(김종광 소설집)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제국의 위안부’ 저자의 항변
전설적 여기자가 쓴 자서전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fluffy days-미사키 카와이 作
동쪽으로-이정호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그림과 함께하는 엄마의 어린 시절 外
쉽게 적은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혼자 서는 여인 1 /박진경
해갈 /이행숙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11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
제1회 중환배 세계선수권 준결승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인랑’ ‘공작’ ‘신과 함께-인과 연’…여름 대작영화의 개봉일 전쟁
15세 등급 논란 ‘독전’…새 기준 되나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진, 생동하는 삶의 기억들
사라진 청년세대 리얼리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진 것 없는 청년들 유쾌한 반란 꿈꾼다 /박진명
실패한 ‘적색 개발주의’로 쓸쓸히 끝난 러시아혁명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암흑 속에서 오직 나뿐…미지의 영역 달 뒤편 관찰기” /강이라
더 많은 희생 낳기 전에 나무 한 그루 심자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다양성 영화 접할 최소한의 환경을”…범시민 전용관 설립 운동
김세연과 트리플 바흐…국가·장르별 교차 공연 해운대바다 물들여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6월 22일
묘수풀이 - 2018년 6월 2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輔弗能爲
學不可已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