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가장 인간적인 속성, 사랑 /나여경

사랑을 생각하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강명순 역/열린책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5 20:44:07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저물녘 어느 주점. 오랜만에 만난 우리 세 사람의 신경은 온통 건너편 탁자에 가 있었다. 장사를 하다 말고 온 듯 구깃구깃한 바지 위에 전대를 두른 여자와 막걸리병과 함께 탁자에 올라 앉아 있는 헬멧의 주인인 남자. 그들의 표정과 분위기는 금세 활활 불타고 있는 곳으로 진화를 위해 달려가야 할 소방관들처럼 심각하고 조급해 보였다.

나는 그들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건너편 탁자를 마주보고 앉은 후배는 복화술을 익힌 사람처럼 그들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 했다. "심각함다. 아조아조 심각해 보임다." 후배의 재밌는 어투와 몸짓에 우리는 그들의 심각함을 재미삼아 즐기고 있었다. 남자가 막걸리를 한 잔 쭈욱 들이켰다는 것, 여자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 등 그들의 모습을 안 봐도 후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 일이 곧 벌어질 것 아…" 거기까지 말한 후배가 자신의 뺨에 손을 갖다 대고 말이 없었다.

남자가 여자의 따귀를 때린 것이다. 내가 그들을 보려고 고개를 돌린 것과 동시에 남자가 일어섰다. 그러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치고 오랫동안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조아조 아름답슴다" 라는 후배의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점에서 보았던 중년의 남녀와 함께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아주 진부하고 식상한 질문이 떠오른 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랑을 생각하다'라는 책을 꺼내들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이상적인 작가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에세이집인데 글 속에서 쥐스킨트는 세 가지 사례의 사랑을 언급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분별없고 맹목적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과는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하고 사랑은 일종의 병이고 독이라 설파한다. 여기에는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종교나 조국을 향한 성스러운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된다는 것. 이쯤에서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고민은 깊어진다. 이 문제에 대해 쥐스킨트는 스탕달, 플라톤, 소크라테스, 오스카와일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한다. 그리하여 명저에 담긴 대문호들의 타나토스와 에로스에 대한 견해를 엿보는 즐거움도 함께 전한다.
사랑과 죽음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쥐스킨트가 차용해 온 것은 오르페우스의 신화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 인류를 대상으로 사랑을 전파하는 예수와 한 사람만을 사랑하여 죽음의 세계로까지 발을 들여놓는 오르페우스의 사랑과 죽음을 비교한 대목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치밀하지 못하고 사랑에 분별력이 없고 실수를 저지르는 오르페우스를 쥐스킨트는 우리와 닮은 완전한 인간이었다고 말한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아름다워 보였던 주점의 그 중년 남녀의 사랑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춥다. 그 실체를 좀체 알 수 없지만, 피부에 와 닿는 이 알싸한 찬 기운을 덮을 만한 말 중에 '사랑' 외의 것을 나는 모르겠다.

소설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신간 돋보기] 인류 문명사에서 바라본 종교
  2. 2“조국 딸 의혹 밝혀라” 부산대생 행동 나섰다
  3. 3“과도한 조국 지키기” 여당 내서도 우려 솔솔
  4. 4북미 토네이도 발생 예측법 부산대 연구진이 찾아냈다
  5. 5한국석유공사, 국민과 소통 혁신경영…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도
  6. 6‘옥상 물탱크 없는 부산’ 주민 수요 넘치는데 예산 ‘싹뚝’
  7. 7[신간 돋보기] 천도교 교령의 ‘고려인’ 기행
  8. 8외국인 주민 지원 다문화가정 쏠림 과다
  9. 9[국제칼럼] “자기 편 옹호에도 금칙은 있는 법” /김경국
  10. 10[뉴스와 현장] 아들아, 조국이 아니라 미안하다 /유정환
  1. 1동양대학교 관심집중...조국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때문
  2. 2고대 ‘촛불 집회’제안자, 한 때 자유한국당 ‘청년 부대변인 내정자’논란
  3. 3‘한끼줍쇼’ 오현경-강호동 커플티 입고 등장?... 과거 열애설에 “두분 연인이셨습니까?”
  4. 4황교안 “내가 법무부 장관 지낸 사람인데, 조국 거론되는 게 모독”
  5. 5공지영 “조국 딸이 받을 상처, 가족 사생활 공개 상식적인가”…촛불까지 언급
  6. 6‘조국 딸 학위취소’ 국민청원 비공개 전환한 청와대… 삭제·비공개 조건 보니
  7. 7靑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韓 노력에 日 호응 없어"
  8. 8민주, 野 조국 청문회 보이콧 기류에 '국민 청문회' 검토
  9. 9 지소미아 연장 파기 결정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
  10. 10지소미아 파기 결정 지소미아란?
  1. 1한국석유공사, 국민과 소통 혁신경영…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도
  2. 2한국동서발전, 신재생에너지 사업 국산기자재 확대…경제 살리기 앞장
  3. 3부산항만공사(BPA),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위한 캠핑 행사
  4. 4‘브렉시트 이후에도 무관세’ 한-영 FTA 체결 서명 완료
  5. 5‘도시놀이터 프로젝트’ 활기…HUG, 부산시교육청에 3억 후원
  6. 6저소득층 소득 감소 멈췄지만…고소득층과 격차 역대 최대
  7. 7선원고용센터 잇단 비리 불거져 내홍
  8. 8학교시설 공사 원가 현실화…지역 건설업계 ‘가뭄에 단비’
  9. 9BNK, 지역기업 돕기 팔 걷어…일본 규제 긴급 자금 2000억 편성
  10. 10가계빚 1550조 돌파
  1. 1SRT 추석 예매 시작…피 튀기는 ‘피케팅’ 성공 노하우 공개
  2. 2북한 방사능에 주민들 피폭 증상?... 한국에 폐기물 유입 가능성도 있어
  3. 3부산대, 조국 딸 의전원 입학과정 전반 내부 조사 착수
  4. 4부산 호우주의보…세병교 수관교 등 일부 도로 통제
  5. 5만취 30대 운전자, 택시 전봇대 담벼락 들이받고 뺑소니
  6. 6공지영 SNS에 조국 지지 게시물 올려...괴벨스의 발언도 인용해
  7. 7이재정 교육감 “조국 딸 논문은 ‘에세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8. 8고려대 학생들 내일 오후 6시 교내서 촛불집회
  9. 9경기대 총학 “사학비리 시절로 돌아가려는 경기대를 살려주세요”
  10. 1091세 노모 등 직원으로 허위 등록, 보조금 횡령한 버스업체 대표 검거
  1. 1‘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어린이 한일전...결승 티켓 놓고 맞대결
  2. 2부산시청 소속 청원경찰, 세계경찰소방관경기대회서 주짓수 부문 2관왕
  3. 3스포츠혁신위, 체육회-KOC 분리 권고…체육계 "시기상조"
  4. 4남자 테니스 ‘빅3’ 질주, US오픈서도 계속될까
  5. 525세 이하 골프 유망주 임성재 6위·김시우 7위
  6. 6류현진 FA시장 ‘태풍의 눈’
  7. 7‘축구 유망주’ 17세 서종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계약 임박
  8. 8농구월드컵 앞둔 김상식호, 24일 인천서 최종 모의고사
  9. 9
  10. 10
우리은행
조봉권의 문화현장
역사·문화 측면에서 살펴본 한일 경제전쟁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의 토크 오페라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이 좋아 도서관서 살다 아예 책방 차렸죠
공공도서관 책 동네서점서 빌리는 ‘상생의 묘’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손규호
납량특집 좁은 방...김태영
새 책 [전체보기]
1945(배삼식 지음) 外
근린생활자(배지영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인류 문명사에서 바라본 종교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독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자작나무 Ⅱ - 황금자 作
소년 낚시 - 이석우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소년과 강아지 ‘보이’의 변치않는 우정 外
어린시절 소소하지만 특별한 기억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 어귀 /공란영
송정바다에서 /박희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취준생·세월호…우리가 ‘엑시트’에 끌린 이유
작가적 상상력이 흔든 ‘역사의 뿌리’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경계를 넘어, 소통을 찾아
역사 수정주의의 정체에 관하여
현장 톡·톡 [전체보기]
고 홍영철 원장 타계 3주년…‘부산영화 100년사’ 재조명 필요
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젊은 열기 식을 줄 몰랐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8월 23일
묘수풀이 - 2019년 8월 22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爭小故忿
義兵應兵
  • 2019 ATC 부산 성공기원 시민대회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