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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잔과 농부'를 다시 생각하다 /이동언

공공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감식안만이 아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18 19:25:4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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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교수분의 글을 다루면서 참으로 많이 망설였다. 용인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국제신문 6일자 인문학칼럼 '그들의 '눈'이 의심스럽다'에서 K 교수의 글은 이렇게 세잔의 말로 시작한다. "농부들이 풍경이나 나무를 아는지 의심스럽다. 농부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었다. 생 빅투아르 산조차 보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의 끝에 "도시살림을 꾸려 나갈 행정책임자로서 세잔의 농부처럼 풍경력(눈썰미)이 전혀 없는 분은 곤란하지 않은가" 라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농부의 풍경력을 지닌 분들을 낙마시킬 것을 유권자들께 권한다. 아름다운 도시의 대명사 파리는 앙팡이라는 조경가가, 그 배후에는 오스만 시장이 있었고 아름다운 항구도시 요코하마도 다무라라고 하는 뛰어난 도시디자이너가 도시설계행정을 집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아름다운 도시에는 눈썰미 있는 행정책임자가 있었다고 피력한다.

농부가 생 빅투아르 산조차 보지 않는 것을 K 교수는 세잔처럼 답답해한다. 과연 농부에게서 세잔의 풍경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농부는 생 빅투아르 산 자체를 체험을 통해 한몸이 되었다. 농부는 생 빅투아르 산을 한 번도 제대로 분석적으로 보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농부는 산과 한몸이므로 구태여 그것을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세잔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농부는 체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출생 이후부터 산 근처에서 전 생애를 산 농부가 20년간 산을 그린 세잔보다 체험적으로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표현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의 삶은 그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체험적인 산에 대한 경험은 세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농부의 산에 대한 체험의 일부를 그나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세잔이다.

위에 등장한 인물을 구분하면 세 집단이 있다. 농부와 같이 일상을 바탕으로 체험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인 집단이다. 또 한 집단은 세잔과 같이 일상이란 삶의 바탕을 반성적 혹은 분석적으로 보는 예술가 및 전문가 집단이다. 일상과 일정한 거리가 있어 일상을 현시적으로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나머지 집단은 앙팡과 오스만처럼 일상체험과 '봄' 사이를 중재하는 이들이다.

일반인은 일상체험을 지니고 있으나 자신은 그것의 잠재성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씩 일상체험의 잠재성을 꿰뚫기도 한다. 예술가 및 전문가는 일상체험을 주관 혹은 객관적으로 보고 그 잠재성을 반성·분석해 파악한 것을 예술 및 전문 언어로 표현하는 자이다. 행정책임자들은 두 쪽의 의견을 경청하고 판단하는 집단이다.

요즈음 성행하는 공공디자인의 경우 위와 같은 고찰을 두고 볼 때 다음의 순으로 공공디자인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타당성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인의 일상체험- 일상체험의 반성과 분석-일상체험의 잠재성 발견-공공디자이너의 전문 언어 표현- 행정책임자의 판단과 결정. 이렇게 볼 때 농부보다 예술가가, 행정책임자가 예술가보다 식견이 높다든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을 지닌 수평적 관계이다.

K 교수가 세잔과 같은 예술가나 전문가에게 은근히 힘을 실어주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꺽거리는 공공디자인의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인 듯하다. 특정 집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그 집단을 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공동체 전체의 공공디자인 능력을 감퇴시키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일상체험을 중요시하여야 한다. 일상체험 없이 잠재성은 존재할 수도 없고 잠재성 없이 그것을 꿰뚫는 눈도 사라질 것이므로. 그리하여 공동체의 공공디자인 능력도 서서히 쇠퇴될 것이다.

K 교수는 아직도 사물보기와 그것의 저장경로가 눈-뇌-기억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눈으로만 사물을 보지 않는다. 온몸으로 사물을 체험한다. 가령 춤을 보자. 그 많은 동작의 기억들을 뇌에 저장할 수 있을까, 몸을 움직이면서 몸을 통해 기억해낸다. 일반인의 일상체험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집단은 온몸으로 체험하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단지 시각적 양의 정보로 환원시키게 될 것이다. 일상체험이 바탕 되지 않은 공공디자인은 사상누각이 될 뿐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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