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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약탈문화재 반환없이 과거사 청산없다 /이영식

일본이 빼앗아간 30만건의 문화재 돌려받을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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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5-23 19:33: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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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본 군국주의가 조선을 병합한 지 100년, 우리가 광복을 맞이한 지 65년이 되는 해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식민지시대의 잔재를 청산했다 할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의 과거사 청산이라면 강제 징병·징용자, 원폭피해자, 종군위안부, 일본 역사교과서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 일본 천황의 사과 등을 떠올리지만 약탈문화재의 반환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관점에서 인식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1973년 자이레의 모부츠 대통령이 UN총회에서 했던 연설은 인상적이다. 군사적 점령이나 식민지배의 경험이 없는 국가들이 약탈문화재 반환에 적극적 관심을 갖게 했던 중요 계기가 되었다. "아프리카의 흑인이 노예화와 식민지화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정통성을 잃게 된 것은 식민주의자가 언어와 문화와 같은 전통을 체계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회복은 편협한 내셔널리즘이나 맹목적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자기 문화에 대한 깊은 인식과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식민지배를 경험했던 나라들이 자기 문화에 대한 깊은 인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탈된 미술품의 반환이 절대 필요하다. 따라서 문화유산의 회복은 민족이나 국가의 생사가 달린 사활의 문제다."

우리는 1945년의 광복으로 정치적 과거사는 청산됐다. 일본경제에의 종속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주권을 의심할 필요는 없으니까 경제적 청산도 이루어졌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약탈문화재의 반환 없이 과연 과거사에 대한 문화적 청산이 완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약탈해간 문화재가 약 30만 건 정도 있다. 낙랑·고구려·백제·신라·가야 고분의 출토유물, 조선왕실의 전적과 서화류, 불교의 금속공예품과 같은 동산도 있고, 경복궁의 자선당이나 관월당 같은 건축물 자체를 도쿄나 가마쿠라로 이축했던 부동산도 있다. 도쿄국립박물관이나 도쿄대학과 같은 기관에 소장 전시된 것도 있지만 개인소장품이 월등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가 밝혀진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84년부터 외국 소재 한국문화재를 파악하고 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986년부터 12년간 14개국 111곳을 조사하고 도록도 간행했다. 그러나 이런 조사는 이른바 '코끼리 다리 더듬기'로 그 전체상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지난해 8~11월 도쿄 신주쿠의 고려박물관은 '제자리에'를 슬로건으로 '잃어버린 조선 문화유산-식민지하 문화재의 약탈·유출, 그리고 반환·공개로-'라는 기획전을 개최했다. 우선은 숨어있는 약탈문화재 소재 파악에 의미를 두었다 한다. 올해 4월 7, 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문화재 반환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참가 21개국 중 한국 등 7개국은 반환목록도 제출했는데 한국리스트에는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장서 661권도 포함됐다. 그러나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문화재 약탈국은 참가하지도 않았고, 회의 자체가 강제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반환의 길은 멀고 험하다. 1962년 한일회담 문화재 부문회의에서는 4479점의 반환리스트가 제출되었으나 돌아온 것은 1326점과 1967년 창녕 교동고분군 출토품 106점에 불과했다. 그것도 '반환'이 아닌 '인도'라는 명목이었다. 2006년 5월 코미디언 서경석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도쿄대학 소장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돌아올 때도 '인도'와 '반환'의 표현 사이에서 신경전이 날카로웠다 한다.

일본이 '인도'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약탈문화재가 아니라는 것,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의가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약탈문화재 반환 없이 과거사의 문화적 청산도 없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년 중국 원명원에서 약탈된 청동상과 옥새가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 나와 소란스러웠던 것에 대해 중국문물국은 매입 없이 반환 요청만 할 것이라 하였지만 지속적인 반환 요청과 함께 조건부 반환, 동종·동질문물의 교환, 소유기간 공유제, 장기대여와 같은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 관장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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