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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오바마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 아쉽다 /서주석

국무·국방장관 방한, 안보이해 높여 다행

대북제재 방안이 국한된 것은 아쉬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1 20:46: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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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한미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참가를 위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대통령 방문 때 수행하는 경우를 빼고 두 장관이 처음으로 같은 시기에 방한했고, 이례적으로 며칠씩 머물면서 DMZ를 함께 방문하는 등 한국 안보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사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외교안보 관계 고위 관리들은 관심 범위도 넓고 소관 업무도 많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핵 없는 세계', 이란과 중동 문제, 중·러와의 관계 등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어젠다를 직접 이행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게이츠 국방장관 역시 여전히 치열한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수습해 나가면서 세계 도처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미국의 국익을 군사력으로 지키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전 세계의 현안 가운데 한반도 문제가 제대로 고려되는지는 늘 의문이다.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등 한미동맹 재조정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2003년 하반기 미국의 협상 담당자는 미국이 원하는 만큼 한국이 대체기지를 제공하지 못하면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를 서울 용산에 잔류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때마침 한미연례안보회의 참석차 방한한 럼스펠드 장관은 헬기로 용산 일대를 둘러보고 이곳에 미군기지가 있는 것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외국군기지가 있는 것과 같다면서 두 사령부의 지방 이전에 동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 장관이 한국 현지 상황을 제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상적 업무는 결국 한국 문제를 실제 담당하는 관리들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의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 담당자는 1970년대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어 우리말도 곧잘 하고 한국 사정에 해박했지만 다분히 구시대적 사고의 소유자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측의 입장 차이뿐 아니라 그의 직선적이고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도 협상은 자주 난관에 부딪혔고, 그는 종종 한국의 언론에 슬며시 의견을 흘려 우리 정부를 난처하게 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실이나 외교당국 간 관계는 나쁘지 않았는데도 '한미동맹 균열론'이 끊이지 않았던 숨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어쨌든 이번에 두 장관이 방한해 한국 안보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천안함 사건 이후 극도의 긴장 국면에 돌입한 남북관계를 현장에서 살펴보고 낸 해답이 대북 제재 강화와 한미 연합훈련 확대 실시에 국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문제의 근원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추가적 대북 제재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 직전 미 국무부에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추가적 대북 제재를 유보하면서 일정한 조건하에서의 대북 대화 재개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런데 막상 클린턴 장관은 한국에서 대북 제재 강화를 언명했고, 그 후속 조치로 로버트 아인혼 대북 제재 조정관이 1일 내한했다. 미국 민주당 정권이 한반도 강경정책을 고수하는 데 대해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한 안보전문가는 여성 정치인 출신인 클린턴 장관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 현안에서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우리에게는 보다 냉철한 입장이 절실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동남부 작은 도시에서의 방문학자 생활이 막바지인 요즈음 필자도 비슷한 인상을 받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작년의 의료개혁과 올해의 금융개혁 등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 현안에 몰두하느라 대외 정책은 국무장관 이하 여러 관리들에게 맡겨둔 듯하다. 미국의 정책 여하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안보 현실에서 정말로 현명한 해법이 어디에 있을지 다시 자문해 본다. 미국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방문학자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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