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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파라다이스 `삼성 시티` /박무성

일상을 지배한 그들의 권력은 지금 `공익`과 `그다움`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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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 잠을 깨우는 것은 휴대전화(삼성 애니콜) 모닝콜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냉수 한 잔 마신 뒤 간밤의 뉴스를 보려고 TV(삼성 파브)를 켠다. 식빵 한 조각과 과일로 떼우는 아침식사 준비는 내 몫이다. 냉장고(이건 LG다)에 든 딱딱한 식빵을 꺼내 전자렌지(삼성)에 30초 정도 데우는 게 토스터에 굽는 것보다 부드럽고 먹기에도 좋다. 출근길에는 SM5(르노삼성)를 몬다. 회사에 오면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부팅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역시 삼성이다. 매달 통장에서 보험료 수십만 원을 꺼내 가는 건 삼성생명이다. 삼성 마니아 아니냐고? 결코 아니다. 가족 친지 중에 삼성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해 전 경험이다. 운전 중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삼성자동차라고 했다. "자동차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으니 가까운 애니카 센터에 가서 무상 수리를 받아라"는 거다. 친절한 목소리였지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브레이크등 나간 거 나도 몰랐는데…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며칠 전 삼성자동차 사람들 만날 일이 있어 캐물었다. 삼성이 전사적으로 벌인 캠페인이었단다. 직원들이 이상 있는 삼성차의 번호를 알려주면 본사에서 차주를 확인해 전해주는 식이라고 했다.

삼성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지배한다. 그 엄청난 권력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5월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중소기업 상생협력 7대 실천 방안의 하나로 1조 원 규모의 협력업체 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하는 일은 여느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넘는다. 국가 시책에 버금가는 규모다.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것은 생소해서가 아니라 '대기업 삼성'이 벌이는 일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2026년 삼성은 한반도 남단에 항구도시 '삼성 시티'를 건설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파라다이스'(2권 중 '상표전쟁')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 도시는 잠수함들로 이뤄진 최초의 사설 함대를 갖추고 있어, 때때로 경쟁사인 미국의 델, 게이트웨이, 선, 한창 세를 확장해가는 중국의 레노버 등에 소속된 금속 보급함들과 분쟁이 빚어지곤 했다." '상표전쟁'은 국가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을 넘어 실제 '전쟁'을 일으킨다는 줄거리다. 소설에서는 2018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원료 확보를 위해 직접 전쟁을 벌인다. 두 기업은 용병을 쓴다. 이들의 군복과 깃발에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상표가 그려져 있고, 군가로 CM송을 부른다. 디즈니그룹은 부동산 성공신화를 발판으로 '디즈니 시티'라는 수도 건설에 나선다.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독자적인 수도 건설 경쟁을 벌인다. 베르베르는 그냥 '있을 법한 미래'라고 썼다.

삼성그룹은 65개 기업에 임직원 수 20만 명, 연매출 22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웬만한 국가를 능가한다. 아울러 그들은 삼성의 가치와 문화를 생산, 유포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시티'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민주공화국이라기보다 독재왕국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연초 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에) 삼성도 그렇게 (구멍가게처럼) 된다." 물론 임직원을 독려하는 말이었다. '까딱 잘못하면'이라는 전제에는 미래 예측과 기술 개발의 실패, 세계 제일이라는 교만과 방심 등 많은 함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꼭 한 가지 보태고 싶은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공익성이다. 지금 삼성은 분기점에 서 있는 듯하다. 이윤 추구를 강화해 더욱 더 '삼성다운' 기업으로 가느냐, 아니면 공익성을 확대해 '국민 기업'에 다가서느냐 하는 것이다. 까딱 잘못해서 공익성을 등한시한다면 삼성은 정녕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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