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콜럼버스를 만나다 /하창식

몇 번 읽어도 이해 못한 역사, 직접 걸으며 느끼고 배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20 20:35:55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백문이불여일견. 세계사를 통해서 콜럼버스에 대해 배운 바는 있지만, 어떤 느낌 같은 것은 없었다. 15세기 말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공로와 더불어, 때로는 가혹한 정복자란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하는 역사적 인물이란 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런데, 얼마 전 스페인의 고도 세빌리아를 여행하고서 비로소 콜럼버스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났다.

알카사르의 주랑에서도, 이사벨라 공원의 분수대 곁에서도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캐시드럴, 즉 대성당 안에 안치된 그의 묘소를 보면서 콜럼버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콜럼버스라는 개인의 일생에 덧붙여 스페인 역사에 나타난 세빌리아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더욱 그랬다.

세빌리아는 회교 국가와 가톨릭 국가의 영욕이 교대로 점철된 스페인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도시이다. 시내 곳곳에 회교 유적들과 가톨릭 유적들이 뒤섞여 있었다. 콜럼버스의 일생은 그런 역사적 배경에 깊이 영향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12세기 회교도가 세운, 높이 97.4 m의 히랄드의 탑과, 스페인 최대의 15세기 고딕건축물인 캐시드럴이 나란히 붙어 있다. 캐시드럴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알카사르는 회교 왕의 궁성이기도 하였지만 가톨릭 왕이 재정복한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세라믹 타일들과 모자이크 등에서 아랍 문화의 빼어남을 읽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 장식된 성화들과 왕족들을 그린 카펫 등은 가톨릭 예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알카사르 내벽에 전시된 아랍풍의 타피스트리(벽에 거는 융단)들에도 콜럼버스의 항해 역사가 그려져 있었다.

역사책을 몇 번 읽었어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들이었다. 세빌리아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500여 년 전 콜럼버스의 신세계 탐험이 바로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이 신기했다.

유람선을 탔다. 강변 양안의 건물들과 그리고 과달키비르 강이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바라보면서, 콜럼버스가 인도항해를 위해 같은 뱃길을 따라 대서양으로 나아가던 때를 상상해보았다. 인도에 도착하는 대신 뜻밖에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콜럼버스의 생애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글로 읽는 역사가 아니라 발로 걸으며 역사를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뚜렷이 체험하였다. 콜럼버스는 핀타호와 니냐호를 타고 저 강물을 따라 대서양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선착장에 세워져 있던 제법 큰 크루즈유람선을 보니 콜럼버스의 그 범선들이 카디스를 지나 대서양으로 나아가기에는 충분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당시엔 지금보다 더 수량이 풍부할 수도 있었겠다.

콜럼버스가 이곳 세빌리아에서 핀타호와 니냐호를 타고 인도 항해의 첫 깃발을 올렸을 때, 배 뒷전에 바라보이는 황금의 탑을 보고는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하는 느낌도 떠올랐다. 13세기 회교도에 의해 세워진 정12각형 모양의 황금의 탑은 그 시대엔 등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건너편 강변에 있는 은색의 탑에 쇠사슬을 연결해, 과달키비르항을 지켰다고 한다.

플라멩코와 투우의 나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인 정열의 나라, 그곳에 있는 세빌리아 여행에서 역사를 배웠다. 유람선을 타고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흐르는 강물과 양안의 오래된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또한 여러 유적지들을 둘러보면서, 콜럼버스라는 역사적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이번 세빌리아 여행은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역설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떠했던, 신세계를 향한 콜럼버스의 열정과 모험정신은 50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여전히 본받을 만하지 않을까. 둥근 달걀은 세우기 어렵지만 바닥 모서리를 깬 달걀은 누구나 세우기 쉽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쉬운 일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무척 어려운 법이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법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위대한 것이다. 콜럼버스의 위대함을 재발견한, 뜻깊은 여행이었다.

부산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신공항 침묵하더니…야당 보선 후보군 속보이는 가덕 사랑
  2. 2전국 확진(신규 61명) 줄었는데 부산(9명)은 증가…동아대發·원인불명 확산
  3. 3사춘기 누나·남동생…온 식구 한 방서 쪼그려 자요
  4. 4다소 회복한 국제유가…WTI 0.7%↑
  5. 5대형 재개발·재건축사업 ‘속도’
  6. 6구설수 이어져도 밥그릇 싸움만…부끄러움 모르는 부산 서구의회
  7. 7 사례로 본 주거빈곤 실태
  8. 8“북항-원도심 연결통로 뚫어 수정·초량동 연계개발 나서야”
  9. 9롯데 승패마진 +5 ‘넘사벽’?…가을야구 기로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23일(음력 8월 7일)
  1. 1정세균 총리도 코로나 검사…여당 PK의원 신공항 담판 차질
  2. 2타지에 살아도…고향 지자체에 기부 가능해진다
  3. 3신공항 침묵하더니…야당 보선 후보군 속보이는 가덕 사랑
  4. 4여당, 부산시장 공천 물밑 타진
  5. 5해양진흥공사, 중소선사 등에 신용보증 전망
  6. 6부울경 메가시티 ‘국토 뉴딜’ 구상…신물류 체계 구축키로
  7. 7여야 추경 합의 “통신비 선별 지원 중학생도 아동 돌봄비”
  8. 8새 육군총장 남영신…첫 학군(동아대) 출신
  9. 9경찰수사 총괄 ‘국가수사본부’ 신설…국정원 국내정치 배제 입법
  10. 10시민단체 “부울경 우롱” 정 총리 신공항 발언 규탄
  1. 1부산 사망자 줄었지만…극단 선택은 7년 만에 최다
  2. 2금융·증시 동향
  3. 3“북항-원도심 연결통로 뚫어 수정·초량동 연계개발 나서야”
  4. 4주가지수- 2020년 9월 22일
  5. 55개 단지별 테마조경과 고품격 커뮤니티…‘원스톱 라이프’ 새 장 연다
  6. 6부산역 선상 주차장, 태양광 발전소로 변신
  7. 7"가족 안 온다며 장을 안 봐"…비대면 추석에 전통시장 썰렁
  8. 8아파트 거래 반토막…규제효과·비수기 해석 분분
  9. 9테슬라 ‘꿈의 배터리’ 공개할까
  10. 10‘QM6 볼드 에디션’ 1600대 한정판매
  1. 1부산 ‘생활 SOC’ 국비 392억 확보
  2. 210대의 빈곤 시즌2-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2> 서·동구 아동 553명 설문조사
  3. 3부산 주거빈곤 아동 100명 중 8, 9명꼴…산복도로 다닥다닥 노후주택 거주 많아
  4. 4“형소법 시행령 수사종결권 무력화” 경찰, 법무부 단독 입법 등에 반발
  5. 510대의 빈곤 시즌2-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1> 사례로 본 주거빈곤 실태
  6. 6“함양처럼 폐교위기 학교 살리자”…거창군도 전학생 가족 주택 준다
  7. 7양산 중부동 39층 주상복합 건설 난항…시 “규모 더 줄여라”
  8. 8진주 경남과기대, 경상대에 흡수 통합 확정
  9. 9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3일
  10. 10잠잠하던 부산 신규 확진 9명…코로나 확산 조짐
  1. 1‘강등 걱정’ 부산, 주말부터 파이널 라운드 돌입
  2. 2롯데 승패마진 +5 ‘넘사벽’?…가을야구 기로
  3. 34골 폭발 손흥민, BBC ‘이 주의 팀’ 선정
  4. 4강제휴가 끝낸 KLPGA, 모레 팬텀 클래식 개막
  5. 5조코비치, 로마 마스터스 5년 만의 정상
  6. 6롯데, 미국행 선언 나승엽 ‘선 지명 후 설득’ 모험
  7. 7“손흥민 10점 만점에 10점”…유럽 언론, 4골 활약 격찬
  8. 8박인비 LPGA 올 시즌 5번째 톱10 진입
  9. 9디샘보 US오픈 정상…PGA 메이저 첫 우승
  10. 10벤투호vs김학범호 ‘기부금 쟁탈전’ … 내달 9일과 12일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인적자원개발, 한국판 뉴딜의 열쇠 /최희숙
‘베이루트 폭발’과 부산항만 안전 /지상규
기자수첩 [전체보기]
뭐 먹지? 고민될 땐 ‘탑쓰리’ /박호걸
전재수·최인호, 가덕신공항 정치적 이용 말라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융합 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농악 ‘함께’와 ‘신명’의 미학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구멍 뚫린 정책, 고통은 국민의 몫 /정유선
마스크 쓰고 흩어지기 뿐이다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수능 응시생 비율
5조정적평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갈치시장 ‘백화양곱창’과 ‘불산’
사설 [전체보기]
일시 중단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차질 최소화해야
급증하는 국가채무…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마련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명작이 된 습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 아이러니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당정의 균형발전 엇박자
이낙연·김종인에 주어진 반 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가격이 중요하나요?
욕심이 아닌 바람으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손재형의 ‘승설암도’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