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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당당한 소통 /김성태

상대를 인정 않고서 통하지 않는다

큰소리 치기 일쑤… 스스로 당당한지 자신을 돌아볼 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07 19:52:4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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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를 지나는데 올해의 더위는 예년보다 더 맹위를 떨친다. 한반도가 점점 아열대화되어 가고 있다 하니 더위를 지내는 방편도 예전과는 다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름 휴가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이나 바다로 또는 해외로 떠나게 된다. 그러나 CEO들은 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를 간다기보다는 조용히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몇 권의 책을 들고 고향 마을이나 평소 가보고 싶었던 리조트 등을 찾게 된다. 그러나 막상 피서지에 가면 일상의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다 보니 약간 느슨해지게 된다. 기상, 식사, 취침시간 등이 일시적으로 달라져 신체 리듬이 깨진다. 한낮에 책이라도 들고 앉을라치면 매미 소리와 주위의 산만함 때문에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 끝까지 읽지 못하고 남은 부분을 휴가에서 돌아와 마저 읽거나 가을이 되어서야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아예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가슴에 화두 하나를 들고 평소에 다니는 통도사 산내암자 반야암으로 들어가 하계 산사 체험에 참여한다. 밤이 깊어지면 하늘과 계곡과 숲에 있는 삼라만상이 바로 옆에 다가와서 앉은 것처럼 일체가 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재충전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도 짧은 일정으로 산사를 찾았다. 영축산 산문을 들어서면서 내려올 때는 무엇을 가슴속에 담아올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통도사 현판의 "通(통)"자를 보고 갑자기 소통이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요즘 주위에 소통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것이 소통 아닌가?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 정치나 교육이나 사회면에 나오는 신문기사들을 보면 소통이 잘 안되어서 갈등이 심하다 한다.

장자는 소통을 3단계로 나누어 1단계는 '인지' 즉 남이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고 2단계는 '실천'으로서 상대방에게 적합한 소통을 직접 실천하는 것이고 3단계는 '변화'로서 소통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는 단계라고 철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우리는 주변에서 "마음을 비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은 소통의 첫 단계 '인지'를 하기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음이 비워져야 남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이 자기 마음속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산사의 한여름은 낮에는 매미들의 합창으로, 밤에는 풀벌레와 계곡 물소리의 합창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어떤 생각을 집중하여 정리하기 쉽지 않다. 이런 때는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이 가장 집중이 잘된다. 마침 반야암 암주 지안스님의 소통의 자세에 대한 법문이 있었는데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인용해 본다.

소통이라 하면 보통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의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기보다 아래 사람과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소통은 서로 상대가 같은 위치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지만 제도나 관습 때문에 그런 상하 관계를 허물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소통의 상호 주체가 되는 자신은 마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도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여야 한다고 법문하였다. 그렇다. 자신이 당당하지도 못하면서 상대에게는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거나 상대의 결점을 들추어 흠집 내고는 자기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치부하는 세태 속에서는 진정한 소통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자세로 버티고 서서 위에서부터 소통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될 것이다. 낮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도 정말 당당한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장자의 소통 3단계 앞에 '당당한 처신'을 하나 더 보태서 4단계로 보아야 한다고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았다.

세상만사는 통하여야 조화를 이룰 수 있고, 그래야 더불어 사는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을 깨닫는다. 하산하면서 다시 쳐다본 통도사 현판 속의 '通'이 '모든 중생과도 통한다는 뜻도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가을의 문턱에 서서 지난 여름 산사에서 가지고 온 '당당한 소통'의 깨달음을 생활 속에 옮기려 한다.

동일조선 코르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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