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VIP신드롬 /정상도

환자 유출 걱정하는 부산 의료계, 기본에 충실한 진료와 서비스 정신 갖춰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그노톨로지(agnotology)라는 미디어 용어가 있다. 값싼 뉴스는 넘쳐나지만 진짜 정보가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로버트 프록토 교수가 특히 논쟁적인 주제에서 뭔가 뉴스는 많은데 정보가 없는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의료계를 이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겠다 싶다.

우리는 의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 인터넷을 두드리면 각종 의료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그많은 정보를 제쳐두고 아는 의사부터 먼저 찾는다. 내 몸을 맡기려면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적어도 병원에 간다면 다른 사람들과 뭔가 다른 대접을 받고 싶은 욕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도가 마땅찮다. 부탁을 받아야 하는 의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이런 상황에서 VIP신드롬이 발생한다.

'가벼운 치질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A 씨. 막상 수술실에서 확인된 A 씨의 치질은 뿌리가 깊었다. 병원은 VIP 대접을 하느라고 치질의 뿌리까지 제거하는 큰 수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마침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A 씨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할 말을 잃었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수술실, B 씨의 수술을 병원 원장이 직접 집도했다. 예상보다 출혈량이 많았던 B 씨. 원장이 수혈 준비를 외쳤지만 아뿔싸, 수혈에 필요한 혈액 부족. 이날 팔을 걷고 나선 병원 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VIP신드롬 사례는 의료계에 차고 넘친다. 의사들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아 진료 및 수술에 나섰으나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VIP신드롬이라고 한다. 환자에게 잘 대해 주려다 보니 부담이 생겨 오히려 수술이나 진료에서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의료계가 과연 기본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이다. 왜 의사가 신경을 쓸수록 예기치 못한 일이 더 잘 생기는 것일까. VIP 대접을 받았다고 여겼던 환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기분이 어떨까. 만약 의사가 자신의 가족을 환자로 진료한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하버드대학교 의대 연구(1984년)에 따르면 부작용이 생긴 의무기록 1133건을 검토한 결과 70%는 예방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최근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전형으로 여기는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 규정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323개 기준, 1192개 항목을 평가하는 방대한 JCI 인증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 환자 확인이다. 안타깝게도 수술실에서 환자가 바뀌고 환자의 오른쪽 다리 대신 멀쩡한 왼쪽 다리에 메스를 대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를 두고 의료사고를 설명하는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병원에서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결함으로, 구멍이 뚫린 스위스 치즈를 하나의 끈으로 연결하듯,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경부고속철도 완전 개통을 앞두고 부산 의료계에서 환자들의 역외 유출을 막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해 4000억 원 이상이 역외 환자 유출로 인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부산 환자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로 갈 환자들이 이런 상황을 납득하고 서울행을 포기하겠는가.

부산 환자 역외 유출을 막으려면 부산 의료계의 환골탈태가 우선이다. 굳이 JCI 인증 첫 번째 항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환자를 VIP로 대우하려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의료계는 과공비례라며 VIP신드롬을 웃어넘기지만 환자 입장에서라면 아무리 과하더라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의료 서비스의 질이고 양이다. 30분 기다렸다가 고작 30초 만에 진료를 끝내도 뭐라고 하소연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것이 우리의 환자들이다. 적어도 환자 입장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2. 2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3. 3kt 양홍석·김영환, 랜선 경연도 독식
  4. 4“포스트 코로나 금융 도약 준비, 뉴딜 특화 정책자금 신설 추진”
  5. 540년간 월세내듯…청년 주담대 상품 나온다
  6. 6[서상균 그림창] 사투
  7. 7[아침숲길]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잠깐 반짝였는데 /김이듬
  8. 8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중> 동원개발②
  9. 9부상 투혼 BNK 진안 ‘더블더블’
  10. 10최대규모 LPGA 21일 시즌 ‘티오프’
  1. 1지역 청년 사업가 300명, 이진복 지지 선언
  2. 2여당 내달 2일 예비후보 언택트 국민 면접
  3. 3문재인 대통령, 이르면 20일 3차 개각…문성혁 등 4~5개 부처 바꿀 듯
  4. 4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5. 5예비경선 20% 반영…야당 2만2800명 책임당원 표심 주목
  6. 61000원짜리 식당·펫 공원…박형준 생활 공약 발표
  7. 7 자격론에 반박한 박형준 “부산 확장성이 먼저다”
  8. 8독자 브랜드화 나선 박성훈, 맞장토론 하자는 전성하
  9. 9박인영의 부산사람론 “서울말 쓰는 시장 필요 없다”
  10. 10"이명박·박근혜 사면, 말할 때 아냐…백신접종 부작용 정부 책임”
  1. 1“포스트 코로나 금융 도약 준비, 뉴딜 특화 정책자금 신설 추진”
  2. 2 동원개발②
  3. 340년간 월세내듯…청년 주담대 상품 나온다
  4. 4“3000피 찬물” vs “과열 예방 필요”…공매도 찬반 ‘증시 블랙홀’
  5. 5KDI, 한국 CPTPP(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협정) 조속 가입 주장
  6. 6주가지수- 2021년 1월 19일
  7. 7"가덕특별법 땐 공항계획에 담겠다"
  8. 8부산 공공기관 올해 최소 679명 채용…첫 스타트는 BPA
  9. 9한진CY 개발안 3수 도전…기여금 3500억대 달할 듯
  10. 10“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 7개→ 4개로”…단계적 통합으로 환적 경쟁력 키운다
  1. 1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등 대부분 무혐의
  2. 2 마창진 통합의 교훈
  3. 3경남도, 경남 가야시대 유적지 발굴·학술조사 지원
  4. 4양산 황산어린이공원 주차장 언제 첫 삽 뜰까
  5. 5밀양 얼음골사과·쌀 TV홈쇼핑 데뷔
  6. 6울산 태화강역 ‘수소 복합허브’ 뜬다
  7. 7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0일
  8. 8부산~양산~김해 국지도 60호선 양산구간 노선 사실상 확정
  9. 9인건비 착복에 수거 거부…쓰레기가 집 앞에 쌓여간다
  10. 10부산외대·동서대 해외취업 전국 1·2위
  1. 1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2. 2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3. 3kt 양홍석·김영환, 랜선 경연도 독식
  4. 4부상 투혼 BNK 진안 ‘더블더블’
  5. 5최대규모 LPGA 21일 시즌 ‘티오프’
  6. 6민병헌 갑작스레 수술대로…롯데 외야진 재편 불가피
  7. 7손흥민 EPL 100호 공격포인트…아시아 선수 최초
  8. 8아이파크 공격수 박정인 영입
  9. 9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재선 성공
  10. 10‘원톱’ 황의조 시즌 3호 골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수소경제가 답이다 /이수태
건강이 최고다 /이상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1류 국민, 3류 행정
‘시수’와 끈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6차 공항계획 반영 위한 가덕특별법 통과 서둘러라
국내 코로나 1년, ‘K방역’ 공과 되짚어 종식 앞당기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