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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대 세습`을 보는 시대의 눈 /이만열

"왕정 폐지" 시대에 역주행 택한 북한

사회주의 이념마저 위배한 난센스는 혁명가 세대 모독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0 20:51: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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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대 세습'은 예상되었던 것이지만 충격이다. 북한이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열어 20대 후반의 김정은을 전격적으로 후계자로 내세우고, 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전에 화려하게 등장시켰다. 이는 수십 년간의 수련을 통해 등장했던 '2대 세습'과는 많이 달랐다. 김정남이 '3대 세습'이라 공언한 데서 북한의 권력이양이 '세습'임을 다시 확인한다.

당 대표자회가 연기되었던 데서 '세습' 과정이 내부의 진통으로 순탄치 않았던 것을 읽을 수 있다. 당 대표자회에서 절차를 밟자마자 '세습'에 대한 세계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 전광석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습구도를 빠르게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권력이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3대 세습'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이 최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들의 주체적 선택이 비판의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금기시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선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로 봐서 그렇게만 말할 수 없다. 그동안 남북은 서로 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선택과 상황에 대해서 언급해 왔고 때로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였다. 이런 맥락에서도 '세습'에 무관심할 수 없다. 그동안 자주 애용한 '우리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이 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3대 세습'이야말로 '우리민족끼리' 관심영역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또 민족사적 관점에서도 그렇다. 21세기 민족사에 '혁명가' 집안을 통해 '3대 세습'이 등장했다면, '오불관언'일 수가 없다. '내재적 논리'의 관점에서 침묵하려는 이들이 있다. 두둔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좀 순진한 관여방법이라면 침묵은 오히려 고도의 약은 선택일 수 있다.

먼저 세계사의 진행 과정에서 보더라도 '세습'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세계는 '세습'을 정당화하는 왕정마저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에 때때로 직면해 왔다. 어떤 이는 오늘날 '세습'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 어디 북한뿐이냐면서 북한의 '세습'에 관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또 전인민적 추대, 수령 생존 시 후계지명 및 새 세대 선출 등 북한 내부의 논리를 들어 '세습'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쪽의 대형교회와 재벌들이 보여주는 '세습'이 반역사적이듯이, 북쪽의 '세습'도 역사에 역주행하는 행태다.

'3대 세습'은 북한이 취하고 있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체·정체와 부합될 수 있을까. 정권이양 방법은 그 나라의 국체·정체와는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강변할는지 모르지만, '3대 세습'은 아무래도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수용하는 체제에 합당한 권력이양 방식일 수는 없다. 권력이양 방식이 그 나라의 국체·정체가 본래 의도하는 보편적 원리를 벗어나게 되면, 권력이양이 순조로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권력의 정당성은 물론 권력의 안정성도 크게 훼손시킨다. 이를 끌고 가자면 무리수를 쓰게 마련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를 분열시키다시피 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보통·평등·비밀 선거의 방식으로 권력을 선출하는 것은, 독재주의 국가에서 즐겨 쓰는 손쉬운 권력이양 방식을 몰라서가 아니고, 권력의 정당성과 안정성 및 정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한다고 주장해 왔고 또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서 '3대 세습'이 사회주의사회 건설이라는 북한의 기본적인 국가이념과 합치될 수 있을까.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사회주의사회는 평등권을 그 가장 핵심 요인의 하나로 꼽고 있다. '세습'이 평등권과 어떻게 부합될 수 있는지, 북한의 이론가들은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혁명 1세대'가 만주와 시베리아 벌판에서 풍찬노숙을 무릅쓰고 감행한 투쟁을 복벽주의자들의 구왕조 부활운동과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치다. 그런데 '3대 세습'을 감행함으로써 어찌 봉건왕조에서나 가능한 '혈통세습'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인가. 험산준령에서 피를 뿌렸던 '혁명가'들이 '3대 세습'을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 남북화해를 위해 그런대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하는 필자에게 '세습'이 '혁명'에 대한 모독으로 비쳐졌다면 지나친 독단일까.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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