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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색성장도 환경이 먼저다 /조현

경제성장을 위한 또다른 방편으로 접근하는 오류 범해선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6 20:48: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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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소비하는 물건의 종류는 문명국의 경우 평균 2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이 중 상당부분이 없어도 되는 물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2차대전 후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번진 소비활동은 풍요로운 삶을 상징하는 제3의 신앙이 되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절대적 궁핍 속에서 절약과 재활용이 필수적이었던 우리의 생활이 이제는 용도조차 알 수 없는 물건들로 넘쳐난다.

그동안의 과도한 소비에 지치고 물린 탓일까.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생기고 있으니 곧 '적게 소비하기' 운동이다. 적게 소비하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과소비는 자원의 낭비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을 파괴하는 직·간접적 원인이라 설명한다. 사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에 대해 과거와 같이 맹목적인 욕심을 내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이미 우리 주변과 가정에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새로 나오는 상품들은 단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차적 기능만이 추가된 것이 많다. 아울러 과소비는 은근히 사회적 신분과 연결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을 사회적 중심층으로 간주했으나 이제는 물신주의에 빠진, 철학이 없는 속물층이라는 무언의 눈치를 보내고 있다. 예를 들어 광적인 명품 구매족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함께 공공연한 경멸을 동시에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소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 즉 가능한 한 쓸데없는 소비를 지양하고자 하는 노력은 쓸데없는 상품생산에 따른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방지하는 등의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트렌드는 상품에 대한 소비 욕구는 줄어드는 대신 웰빙에 대한 욕구는 증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맑은 공기와 물, 숲과 같은 웰빙 환경을 원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것들은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재로서 누구나 가질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원하는 웰빙 환경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향유할 수 없는 재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 재화의 생산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가 따르게 된다. 예전에는 자기 동네의 우물이나 하천에서 공급받던 물이 지금은 페트병에 담겨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후 사람들에게 공급된다. 심지어는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물을 마시기도 한다. 웰빙 식단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20~30분 차를 타고 가기도 한다. 웬만한 소형차도 100마력 정도 되니 100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식당으로 행차하는 격이 된다. 100마리의 말이 뿜어내는 탄산가스를 생각해 보라. 참고로 그 위세 당당한 루이 14세의 마차도 16마리의 말이 끌었다.

우리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동시에 우리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기본재조차 상품화하여 자유로운 접근이 제한되는 이 상황의 원인을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은 성장만을 위해 평면적으로 줄곧 달려온 탓이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공통적 문제이기도 하다. 성장과 환경이라는 진부하고 평면적인 제로섬 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이 여러 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의 개념이며 이와 관련된 녹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27개 기술을 선정하여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그리고 물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녹색성장의 내용은 시장에서의 경쟁에 초점을 둔 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있으며 환경문제는 성장을 위한 모티브로 간주하는 듯하다. 또한 27개의 기술내용은 기술의 종류, 개발 가능 시점에서 체계적이지 못한 병열형 내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녹색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체계적인 구성이 필요하며 특히 환경을 최정상에 위치시키는 철학이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며 기본이 되어야 하는 녹색성장의 내용은 국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킬 수 있는 녹색 소비기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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