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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열 변화로 이루는 기술 신화 /권태우

평범한 열 변화 관찰, 냉장고 등 발명됐듯 최첨단 기술문명도 사소하게 시작된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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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11-08 20:12: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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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울긋불긋하던 단풍도 마지막 발버둥을 치며 떨어져 찬바람에 흩날리고, 어느덧 하얀 겨울을 기다리게 되었다. 태양열로부터 가장 멀리 소외된 남극대륙은 영하 89.2도로 지구상 최저온도를,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은 영하 32.6도로 대한민국 최저온도를 기록하였다. 강원도 최전방은 연일 강추위가 몰아침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평의 온도를 깨지 못하고 있음은 흥미롭다. 겨울 등반이나 운동 후 땀에 젖은 옷을 오래입고 있으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함께 날아간다. 따라서 겨울철 차가운 기온에서는 급격한 저체온증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강하다고 우쭐대는 인간도 36도 체온에서 3~4도만 높거나 낮아져도 체온조절 방어기전을 담당하는 뇌나 심장 등의 기능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생명을 잃을 만큼 열 변화에 특별히 민감하고 연약하기만 하다.

얼음을 사용하면 누구나 0도에서 5도 정도의 낮은 온도는 쉽게 얻으며, 여기에 소금을 넣어주면 영하 5도까지 낮출 수 있다. 더 낮은 온도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흔히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나 액화질소에 아세톤이나 펜테인 같은 휘발성이 강한 액체들을 섞어서 만든다. 휘발성 강한 액체일수록 주위의 더 많은 열을 빼앗아 공기중으로 날아가는 성질 덕분에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영하 78도 혹은 영하 160도의 특정저온을 얻을수 있다. 액체헬륨을 사용하면 영하 269도 까지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낮은 온도를 얻기란 노벨상 따기처럼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과학자들은 루비듐이나 나트륨원자 기체를 이용한 레이저 첨단 냉각기술을 사용하여 현재 영하 273도 근처 온도까지 성공하여 이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온도는 측정 계산되어진 우주 평균 온도인 영하 270도 보다 더 낮은 온도이다. 이러한 극저온에서는 냉동인간의 환생, 비행기만큼 빠른 총알기차 등과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을 초월하여 영화에서만 기획될수 있는 공상세계들이 펼쳐진다. 현재는 이를 위하여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그래도 저온조건 확보라는 걸음마 단계에는 도달한 셈이다. 우주는 낮은 온도가 항상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하여 쏘아올리는 위성발사의 끊임없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는 것이다.

피부를 알코올로 소독할 때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알코올이 증발할 때 피부표면의 열을 빼앗아 도망가기 때문이다. 마치 오토바이 날치기가 가방을 채 가면서 도망가듯이 액체도 기체상태로 전환될 때 주변의 열을 낚아채 가면서 도망간다. 한여름의 뜨거워진 도로나 운동장에 물을 뿌리는 것도 물로 지면을 식힌다는 것보다는 물이 증발할 때 주위의 열을 빼앗아 함께 날아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의 화학자인 죠셉 블랙 (Joseph Black·1728~1799)은 이러한 열 변화 성질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인간 생활의 패턴을 바꾸게 하였던 원조이다. 그는 물을 끓이는 동안엔 아무리 가열해도 물이 증발하면서 물 표면의 온도를 빼앗아 계속 낮아지므로 공급되는 열은 100도를 맞추는데 쓰이므로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음을 관찰했다. 이 원리가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에어컨은 내부의 압축된 냉매 액체가 기체로 도망가는 과정에서 더운 실내공기의 열을 빼앗아 가므로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 원리를 가진다. 물론 안에서 기화된 냉매기체는 압축기를 통한 응축과정을 통하여 다시 액체상태로 돌아오는데 이때는 열을 방출하게 되어 밖으로 뜨겁게 빠져나가는 과정의 열변화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열변화 현상들에 대한 관찰을 놓치지 않았던 죠셉 블랙의 집념의 결과는 효율적인 증기기관 발명과 더불어 산업혁명의 기술신화로 이어져 당시 영국을 유럽강대국의 위치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냉동기술, 제트엔진이나 핵발전소 등에 까지 응용되면서 과학 교과서 속에 남아 지금까지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볼 때 새로운 과학 기술문명 창조의 출발은 우리 주변 아주 가까이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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