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광화문의 교훈

나라의 상징, 조급하게 복원

졸속 시비 낳았듯 녹색성장·4대강도 뒤탈 걱정이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광화문이 어떤 문인가. 이 나라의 으뜸가는 문이다. 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빛 光'자를 쓴 것만 봐도 '나라의 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光化'는 서경의 '光被四表 化及萬邦'에서 나온 말로 밝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두루 미친다는 뜻이다. 광화문은 단순한 건축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보여 주는 '빛의 문'이다. 그래서 광화문의 복원을 지난 100년을 딛고 비상하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 광화문이 복원 석 달 만에 얼굴격인 현판에 균열이 생겼으니 황망할 따름이다. 육안으로도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세로로 커다랗게 금이 가 '光'자의 왼쪽 삐침이 갈라졌다. 광화문 복원을 주도했던 문화재청은 "건조한 날씨로 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틈새를 톱밥과 아교로 메워 보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목재 전문가들은 "갈라진 모양이나 시기 등으로 볼 때 현판으로 쓴 전통 소나무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한다.

이러니 어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을 두고 '졸속'을 거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래 올 연말로 예정된 광화문 복원사업의 완공 기한을 두 차례에 걸쳐 다섯 달이나 앞당긴 게 화근이 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9월 말에 완공하려 했다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광복절 행사에 맞춰 지난 7월 말로 다시 앞당긴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시멘트 구조물로 급조했던 탓에 해체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광화문이 또 다시 졸속 시비에 휘말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런 졸속의 배경에는 전시하고 싶은 욕망, 치적에 대한 집착 등이 도사리고 있음은 알 수가 있다. G20이나 광복절 행사를 내세워 공기를 단축한 데에 그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내실보다는 겉모양에 치중해 성과에 급급한 것이 선전을 동원하는 후진적 통치술의 하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지난 6월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 공기 단축을 발표했을 때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졸속'의 우려와 폐해를 들어 숱한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예 귀를 틀어막았으니, 하루 빨리 복원해 광복절 기념식에 근사한 볼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조급증이 앞섰다고 할밖에.

이런 연유에 비춰볼 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은 여전히 졸속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일각의 "문화재 복원마저 정치적 입김이 동원되어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당국은 여러 이유를 대면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강변하며 현판 균열의 예를 여럿 들고 있긴 하지만, 우리의 편액 문화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재의 복원이란 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졸속이 어디 문화재뿐인가 하는 데 있다. 선진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지금도 여전히 관료 중심의 조급한 성과주의가 도처에 널려 내실 없는 졸속이 판을 치고 있다. 이벤트 벌이듯 요란하기만 '친서민'도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알맹이보다 치장에 더 신경쓴 '녹색성장' 또한 구호만 요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사업에 이런 졸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준설토 처리의 한계, 식수원 주변 폐기물 처리, 문화재 부실조사 등 무리한 공사의 부작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마치 4대강공사가 성역이라도 되듯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우려를 정치적인 반대로 치부하며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

아무리 선진화와 국격을 외쳐도 과정이나 수단에 문제가 있으면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다. 짧은 기간에 큰 효율을 내려는 무리한 정책, 내실보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횡행하는 한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란 글로 일제의 광화문 파괴 음모를 막아냈던 일본 지식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정치는 예술을 침해하는 횡포를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한 시절 아닌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2. 2에이치엘비 ‘무상증자 카드’로 주가 8.7% 급등
  3. 3역무원→ 구급대원→ 운전직→ 사서 교사…공무원만 4번째
  4. 4김해공항 기상악화... 항공기 결항 잇따라
  5. 5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6. 6부산시, 자정까지 문여는 약국 4곳 시범운영
  7. 7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8. 8진주의료원,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부활
  9. 9‘마린자이 방지법’ 통과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구제 못받는다
  10. 10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1. 1박형준 47.4% 김영춘과 13%P차
  2. 2김영춘 1강 재확인…변성완 추격 고삐
  3. 3박형준 첫 40%대…박성훈 막판 탄력
  4. 410명 중 8명 “투표하겠다”…지지층선 90%대까지 ↑
  5. 5표심은 경제에 방점…가덕 관심도 커져
  6. 6이언주 세 차례(지난해 12월, 설, 2월말 조사) 3위 차지…박성훈 4위로 부상
  7. 7제3지대 후보 선출된 안철수, 이젠 국민의힘과 ‘룰의 전쟁’
  8. 8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9. 9단일화 뿌리친 박성훈 “새 정치 약속 지킬 것”
  10. 10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법인택시 등 200만 명 더 준다
  1. 1에이치엘비 ‘무상증자 카드’로 주가 8.7% 급등
  2. 2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3. 3의료진 열사 도시락, 독도 소주…편의점 ‘3·1절 마케팅’
  4. 4예타면제 논리 키우고, 사전타당성 조사 기존자료 활용 6개월로 줄여야
  5. 5지역상공계 염원 결실 “엑스포 전 개항이 동북아 관문 첫발”
  6. 6내고장 비즈니스 <5> 울산 언양 트레비어
  7. 7영업제한 소상공인 7월부터 ‘손실보상’
  8. 8P2P 금융사 타이탄인베스트 전자등기 서비스
  9. 9LG베스트샵에 로봇직원 뽑았네
  10. 10“로열티 없는 순수 국산 맥주…울산 대표 자산으로 키울 것”
  1. 1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2. 2역무원→ 구급대원→ 운전직→ 사서 교사…공무원만 4번째
  3. 3김해공항 기상악화... 항공기 결항 잇따라
  4. 4부산시, 자정까지 문여는 약국 4곳 시범운영
  5. 5진주의료원,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부활
  6. 6‘마린자이 방지법’ 통과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구제 못받는다
  7. 7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8. 8부산시 “시유재산 땅 비워달라”…구·군 사용 체육시설 쫓겨난다
  9. 9양산시민 통도사 입장 무료·주차료 유료화 절충안 합의
  10. 10[날씨]1일 비오고 강한 바람부는 부산 울산 경남
  1. 1후반 와르르…아이파크, 안방 첫 경기 참패 수모
  2. 2투타 모두 자신의 플레이 펼쳐…허문회 감독 “올 시즌 기대된다”
  3. 3이변은 없었다…부산시설공단 2년 만에 통합우승
  4. 4휴식기 마친 kt 2연승 신바람…공동 5위 안착
  5. 5부산 아이파크, 홈 개막전서 0 대 3 완패
  6. 6기성용 개막전 뒤 기자회견 자처...자비는 없을 것
  7. 7쑥쑥 크는 ‘내일의 거인’…주전 경쟁 후끈
  8. 8기성용 성폭행 의혹 반박…“결코 그런 일 없었다”
  9. 9부산시설공단 1승 선착…“삼척서 끝낸다”
  10. 10BNK 포워드 구슬, ‘식스우먼상’ 수상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세계선도국가로 가는 키워드 ‘지방분권’ /김우룡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 /홍순헌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유전무죄의 추억
공깃밥과 즉석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속도전 위해선 치밀한 전략 필요하다
오늘 개학하는 학교, 철저한 방역으로 혼란 없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