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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광화문의 교훈

나라의 상징, 조급하게 복원

졸속 시비 낳았듯 녹색성장·4대강도 뒤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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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어떤 문인가. 이 나라의 으뜸가는 문이다. 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빛 光'자를 쓴 것만 봐도 '나라의 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光化'는 서경의 '光被四表 化及萬邦'에서 나온 말로 밝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두루 미친다는 뜻이다. 광화문은 단순한 건축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보여 주는 '빛의 문'이다. 그래서 광화문의 복원을 지난 100년을 딛고 비상하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 광화문이 복원 석 달 만에 얼굴격인 현판에 균열이 생겼으니 황망할 따름이다. 육안으로도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세로로 커다랗게 금이 가 '光'자의 왼쪽 삐침이 갈라졌다. 광화문 복원을 주도했던 문화재청은 "건조한 날씨로 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틈새를 톱밥과 아교로 메워 보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목재 전문가들은 "갈라진 모양이나 시기 등으로 볼 때 현판으로 쓴 전통 소나무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한다.

이러니 어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을 두고 '졸속'을 거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래 올 연말로 예정된 광화문 복원사업의 완공 기한을 두 차례에 걸쳐 다섯 달이나 앞당긴 게 화근이 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9월 말에 완공하려 했다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광복절 행사에 맞춰 지난 7월 말로 다시 앞당긴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시멘트 구조물로 급조했던 탓에 해체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광화문이 또 다시 졸속 시비에 휘말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런 졸속의 배경에는 전시하고 싶은 욕망, 치적에 대한 집착 등이 도사리고 있음은 알 수가 있다. G20이나 광복절 행사를 내세워 공기를 단축한 데에 그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내실보다는 겉모양에 치중해 성과에 급급한 것이 선전을 동원하는 후진적 통치술의 하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지난 6월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 공기 단축을 발표했을 때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졸속'의 우려와 폐해를 들어 숱한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예 귀를 틀어막았으니, 하루 빨리 복원해 광복절 기념식에 근사한 볼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조급증이 앞섰다고 할밖에.

이런 연유에 비춰볼 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은 여전히 졸속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일각의 "문화재 복원마저 정치적 입김이 동원되어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당국은 여러 이유를 대면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강변하며 현판 균열의 예를 여럿 들고 있긴 하지만, 우리의 편액 문화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재의 복원이란 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졸속이 어디 문화재뿐인가 하는 데 있다. 선진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지금도 여전히 관료 중심의 조급한 성과주의가 도처에 널려 내실 없는 졸속이 판을 치고 있다. 이벤트 벌이듯 요란하기만 '친서민'도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알맹이보다 치장에 더 신경쓴 '녹색성장' 또한 구호만 요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사업에 이런 졸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준설토 처리의 한계, 식수원 주변 폐기물 처리, 문화재 부실조사 등 무리한 공사의 부작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마치 4대강공사가 성역이라도 되듯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우려를 정치적인 반대로 치부하며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

아무리 선진화와 국격을 외쳐도 과정이나 수단에 문제가 있으면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다. 짧은 기간에 큰 효율을 내려는 무리한 정책, 내실보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횡행하는 한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란 글로 일제의 광화문 파괴 음모를 막아냈던 일본 지식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정치는 예술을 침해하는 횡포를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한 시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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