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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8> 해양문화 탐구, 링크(link)가 열쇠

기관·학계·개인 해양문화 연구 성과 공유해야 시너지효과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11-09 21:07:2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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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해양대 국제해양문제硏, 부경대 해양문화연구소, 부산세관박물관 등
- 해양문화 탐구 산실로 활발한 학술·전시활동

- 경제 도약기 수출 항구로, 월남 파병 떠났던 곳으로 수많은 사연 간직 부산항
- 의미 부여, 이야기 만들면 더없이 소중한 문화 자산

- 단절된 개별 연구 벗어나 서로 연계해 정보 교류 땐
- 연구결실 더욱 풍성해지고 해양문화 대중화에도 한몫

부산외국어대학의 지중해지역원은 항상 궁금했다. 부산에서 '지중해'라는 지명이 갖는 어감은 친숙하면서도 멀었다.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인 지중해는 '해양도시'인 부산에 일단 친숙한 손짓을 보내준다. 한·중·일 세 나라가 활발하게 교류했던 한반도 근처 바다를 또 다른 지중해로 보는 시각도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지중해가 저 멀고 먼 곳에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는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부산에서 인문적 관점에서 해양문화를 탐구하는 주역들을 찾아보기 위해 지중해지역원을 먼저 찾아가 봤다. 지난 4일 이곳을 찾았을 때 연구원 전체가 웅성웅성했다. 하병수 원장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중해지역원은 1999년 지중해연구소로 출발했는데 2007년 11월 지중해지역원으로 바뀌었고, 그해 인문한국(HK) 연구사업 담당기관으로 지정돼 오는 2017년까지 연간 7억 원씩 총 예산 70억 원을 지원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사업의 1차 3개년 사업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심사를 최근 받았는데 좋은 평가를 얻어 이달부터 2차 3개년 사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오늘은 그 2차 3개년 사업에 대한 방향을 잡기 위해 지중해지역원 연구자들이 모두 모여 하루 종일 토론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가는 날이 파시(波市)였던 셈이다.

■부산의 대학가에 유수한 연구소들

지난 8일 부산세관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용득 관장(오른쪽)이 열심히 강연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중해지역원 윤용수 기획협력부장은 "지중해는 유럽·중동·아프리카를 물고 있는 바다이며 그리스, 로마, 이슬람 문화가 얽혀 서로 스며들고 갈등하고 교류했던 지역이다. 우리는 어느 일방이 독주하는 역사관이 아니라 지중해의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이 교류·소통·공존한 과정을 통합적 시각으로 연구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전임교수 2명, 연구교수 6명, 연구보조원 1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공 분야는 역사 문학 종교 언어 문학 등에 걸치며 지역은 유럽 이슬람 아프리카 등을 포괄한다. 지중해지역원은 인문적 관점의 해양문화연구라는 바탕 위에 서 있다. 윤 기획협력부장은 "지중해의 문명·문화·역사는 교류의 출입구인 항만도시를 통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이 같은 지중해 연구기관이 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우리는 연구성과를 대중화하는 데도 굉장히 관심이 많아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시민강좌를 진행했고 '지중해문명의 다양성' '지중해의 일상과 축제' '이슬람의 에티켓과 금기' 같은 단행본도 냈다." 지역원 측은 해마다 공모를 통해 고교생 2~3명과 지도교사 1명으로 이뤄진 팀을 선정해 지중해 문화탐방을 보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정보가 모자란 탓인지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응모가 거의 없었고, 해마다 서울 경기 지역 학생들이 뽑혔다고 한다.

부산에는 인문적 바탕에서 해양문화를 연구하는 대학 소속 연구기관들이 더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해양대학교의 국제해양문제연구소다. 2000년 5월 설립된 이 연구소도 2008년 11월부터 HK 연구사업기관에 선정돼 해마다 국고 8억 원과 학교의 지원 4억 원 등을 포함해 10년 동안 120억 원 예산을 지원받아 폭넓은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주요 연구과제는 해항도시(sea port cities)의 문화교섭학 분야로 역사 문학 철학 어학 인류학 행정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들이 활동한다. 이 연구소는 각종 학술행사를 연속해서 열고 있다.
부경대 해양문화연구소 또한 인문학과 해양문화학을 결합시키고 넘나드는 독특한 활동과 단행본의 꾸준한 발간 등으로 유서 있는 인문적 해양문화 연구기관 구실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경찰이 덮칠까 두려웠던 개항 100주년 행사

부산항만사 연구의 개척자이자 권위자인 김영호 선생. 1975년 한국항만연구회를 창립하고 그해 '항만연구'를 창간해 2008년 12월까지 발행하는 등 헌신적인 활동으로 '삶 자체가 부산항에 대한 연구와 애정'이었다는 주위의 평가를 듣는다. 국제신문 DB
그런데 부산에서 이 같은 연구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민간에서 일어난 작은 실천을 통해서였다. 1975년 한국항만연구회를 창립해 2008년 12월까지 자체 힘으로 '항만연구'를 펴내는 한편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를 정리하고 활발한 집필과 강연을 통해 부산항만연구의 초석을 놓은 주인공으로 꼽히는 김영호(86) 선생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기념행사날인 1976년 2월 27일(개항조약식을 한 날)에는 만반의 행사 준비를 마치고 손님들을 맞이할 즈음 비가 내려서 어떤 뜻에서는 손님이 적게 오겠다는 안도감도 생기는 반면 이 집회(집회신고를 하지 못함)가 불법이라 하여 단속경찰이 올까봐 불안한 마음도 있어 기뻐하여야 할 이날은 행사책임자로서 걱정이 태산같은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이 글은 김영호 선생이 한국항만연구회장으로서 2008년 12월 '항만연구'를 통권 246호로 폐간하면서 쓴 회고다. 당시 한국항만연구회 주역들은 부산항 개항 100주년 행사를 크게 열어 항만연구 활성화의 계기로 삼고자 만반의 준비와 기획을 끝냈는데, 정부에서 갑자기 관련 행사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람에 경찰이 덮칠까 쫓기는 심정으로 행사를 축소해서 열어야 했던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는 형국의 이 행사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사장소를 찾기 어려운 용두산공원 팔각정으로 정하기까지 했다. 한때 그렇게 힘겨웠던 시절이 부산의 해양문화연구의 역사에는 있는 것이다.

부산항에 관한 연구와 해양문화 탐구에 관한 한 손꼽히는 인물인 이용득(56) 부산세관박물관장은 "김영호 선생은 '인생 전체가 부산항에 대한 연구와 애정'이라 할 만큼 헌신했다. 그의 손때 묻은 사진과 방대한 자료는 부산항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부산세관박물관 자체가 부산만의 스토리텔링을 갖춘 해양문화 탐구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이 관장을 비롯한 부산의 해양문화 탐구자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전국 어떤 박물관에 가서 한국의 밀수품 변천사와 특공대 밀수 등에 관한 생생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단 말인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산세관박물관을 지키며 애정을 쏟아온 그는 이제 지역사회에서 향토사학자이자 해양문화 전문가로 꼽힌다.

■서로 연결해야 살 길 열린다

지난해 9월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이 지중해학회와 학술협정조인식을 맺고 있다. 지중해지역원 제공
"부산항만 보아도 무수한 사연·역사·문화가 있다. 여기에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고 이야기를 입히면 더없이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 된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부산항 1부두는 한국 최초로 태평양을 건넌 고려호가 취항했던 곳입니다. 한국 최초 원양어선도 1부두에서 나갔지요. 한국이 세계와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맺은 기념비적 장소입니다." 그는 "1960년대까지 부산항은 수출, 외화벌이, 월남파병 등 '떠나는 곳'으로서 백야성의 대중가요 '잘 있거라 부산항'과 어울리고,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한국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재화와 문화가 유입되던 '돌아오는 곳'으로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과 일치한다. 노래비를 세우더라도 이 두 노래를 담은 비석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산항의 포인트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그 장소가 살아난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앞으로 더 많이 해양문화를 탐구하고 바다를 끌어안아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해줘야 하는데 사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민간·학계·지자체·관련업계 등이 서로 단절된 채 각각의 활동만 하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양문화를 탐구하는 개인과 단체가 '링크'를 만들거나 더욱 강화해야할 필요가 도출된다. 가까운 예로 지중해지역원의 고교생 지중해문화탐방 프로그램 공모의 경우 서울 경기 지역에서만 신청자가 몰리고 부산 경남 등 해양도시의 학생들은 신청조차 거의 없다는 정보 부족의 현실은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과 탐구심을 공유하는 주체들끼리 '서로서로 연결됨으로써'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중해지역원과 국제해양문제연구원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등 이런 노력이 진행 중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같은 연계와 네트워크가 해양문화를 탐구하는 주체들 사이에 부족하다는 것이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로를 연결하는 작은 고리들이 조금씩 커진다면 그 효과는 결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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