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가 그다지 높지 않은 데도 배추나 무 등의 소비자 가격이 비싼 이유는 유통비용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산물은 이 수치가 60~70%에 이르기로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대형 매장에서 채소를 고르는 소비자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를 보면 2023년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45.0%)보다 4.2%포인트 높다. 소비자 가격이 1만 원이라면 유통업체가 4920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유통비용률의 상승폭도 최근 들어 더 커지는 추세다. 1999년 (38.7%)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상승했다.

유통비용률은 품목마다 차이가 심했다. 쌀 등 식량작물은 35.9%였다. 반면 양파, 대파 등이 포함된 조미채소류는 60.8%, 배추·무(엽근채소류)는 64.3%나 됐다. 과일류·과채류·축산물은 평균 50% 정도였다. 그러나 월동 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은 70%를 넘었다. 이들 품목은 신선도가 중요한 까닭에 유통 기간이 짧아 유통비용률이 다른 작물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공급 과정에서 유통비용이 높아진 데는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나 유통 이윤 자체도 늘어나는 것을 주목한다. 직접비와 간접비를 제외한 이윤율은 2023년 14.6%로 10년 전보다 1.2%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아 없다 보니 이윤이 얼마인지는 정확한 집계가 힘든 실정이다. ‘고무줄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결국 농산물 생산 농가의 수익은 낮은 데 비해 도매·소매업체는 많은 이익을 챙겨 상호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식료품 물가가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농산물 유통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한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늘려 유통 단계를 축소해 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또 도매시장에서 경매 외에 정가·수의 매매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생산, 가격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대책에 들어 있다. 현재 농식품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