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메시지를 통해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히며 북한에 손을 내밀었지만 단기간내 호응을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 80주년 경축사를 통해 “남북은 원수가 아니다”며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 행위를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무력화한 9·19 군사합의도 선제적으로 복원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적대적 2국가론’을 내세웠던 북한의 반발을 고려한 듯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체제 존중’을 강조했고, ‘북한 비핵화’대신 ‘핵 없는 한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기 보다는 대북 강경 일변도였던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불신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북한의 화답이나 9·19 합의 복원을 위한 대화 국면 조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허망한 개꿈’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면서 기대하겠다”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북한의 냉담한 반응을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무인기 등의 비행을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를 선제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호응이 없음에도 한국군만 군사적 완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만 ‘무장해제’해 대북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16일 논평에서 “머리 위에 핵을 인 채 ‘적대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현실을 외면한 한가한 소리”라며 “평화는 ‘구걸’이 아니라 강력한 억지력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광복 80주년 경축대회 연설에서 한국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래지향적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임박한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 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서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내세우진 않겠지만 ‘더 큰 공동 이익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일본측의 자발적인 과거사 극복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패전 80주년을 맞아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행사에서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며 일본 총리로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