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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와 각종 벌크 화물을 처리해온 부산항 재래부두. 일제시대때 축조돼 매년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는 재래부두는 도심과 가깝고 배후부지가 좁아 화물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허브로 발전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으로 항만 노무인력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 고용)가 지속적으로 거론됐으나 지난해에야 비로서 결실을 맺었다. 상용화는 일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하역업체가 근로자에 대한 채용 및 관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항만의 안정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조와 끊임 없는 대화에 나서 '항만인력 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한 뒤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도 넘어야 산이 많이 남아 있다.
부산항에서 항만인력 상용화는 이미 70% 가량 이뤄져 있다. 신선대 등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에서는 인력이 회사별로 고용돼 있으나 재래부두 등지에서는 노조 소속 아래 도급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에서의 상용화 협상을 오는 11월까지 마친 뒤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쟁점은 정리해고=지난 5월 지원특별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이 공포된 뒤 부산에서는 지난 7월 항만인력 공급체계 개편위원회(위원장 이인수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와 실무자로 구성된 항만인력 공급체계 개편협의회가 잇따라 구성됐다. 그러나 협상은 정리해고 등의 쟁점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측은 정부가 당초 시행령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정리해고 등 고용보장에 대한 언급이 빠진 만큼 노사정 합의서에 이를 명문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법 체계상의 문제점 때문에 정리해고 등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넣지 못했다.
특히 노조측은 근로기준법 31조에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 별도의 합의서에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런 장치가 없을 경우 하역회사가 도산했을 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언제든지 조합원을 정리해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측은 상위 단체인 전국항운노조연맹이 해양부와 고용안정에 관한 합의서를 만든 뒤 항만별 개편위원회에서 상용화 시행을 위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해양부와 사측인 하역회사들은 노조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양부는 부두 운영회사가 바뀌더라도 새로운 사업자에 고용승계가 될 수 있도록 하면 문제가 없는 만큼 이 문제와 관계 없이 상용화 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하역업체들은 정리해고 배제를 합의서에 명문화하게 되면 다른 업종 근로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작업 형태와 임금 수준도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측은 부두에서 반별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상용화 시행 이후에도 현행 작업형태를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상생 협력으로 대타협 이뤄야=부산항에서 상용화 대상부두는 3, 4부두와 중앙, 감천중앙, 7-1부두이며 대상 인원은 1260명에 달한다.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개편 협의회를 열어 쟁점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 나갈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노조측의 협의회 개최에 따른 전제조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터미널 회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노무인력 추천권 문제도 노사간의 마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용화가 시행되고 있는 컨테이너 전용부두에서 항운노조가 신규 인력 채용시 인력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100여년간 지속돼온 노무공급 독점권을 지난해 과감히 포기하고 노사정 대합의를 통해 상용화 시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며 "이제는 정부와 사측이 부산항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항만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용화 협상이 이만한 성과를 얻어낸 데는 노조의 희생이 컸던 만큼 하역회사와 정부가 대승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로자를 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류동근 교수는 "상용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조가 파업 등 적극적인 반대를 펼치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하역회사들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용 가능한 사항을 받아들이고 노무인력 추천권 문제는 상용화 시행이후 노사정 협의기구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