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이 수년간 늦춰질 위기(본지 지난 19일 자 1면 보도)에 처한 한국거래소(KRX)가 눈앞에 닥친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생상품 청산·결제 등 후선 인프라의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23일 '글로벌 거래소의 사업 다각화 전략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전환 지연으로 사업 다각화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이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파생상품 중개와 청산·결제 서비스 등을 확대한 해외 주요 거래소들의 사업 전략에 주목했다.

그는 "선진국 거래소들이 주식 수수료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파생상품 청산·결제 등 사후관리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자회사로 둔 대륙간거래소(ICE·영국 런던 소재)의 지난해 전체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파생상품 중개와 청산·결제 관련 수익(47%)이었다. 반면 ICE의 주식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10년 65%에서 지난해 19%로 급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는 ICE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래 수수료를 낮추고 후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지연된 한국거래소는 각종 규제와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사업 다각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거래소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뿐 아니라 ▷파생상품시장 인프라의 경쟁력 강화 ▷거래소에 대한 의사결정 자율성 부여 ▷파생상품과 관련한 주요 규제(양도소득세 도입 등)의 완화 등을 꼽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