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공기 내에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과열 등으로 발생하는 화재를 막고자 승객들에게 절연 테이프를 제공하는 한편 그동안 해 왔던 비닐봉지 배부는 중단한다. 또 기내 선반에 온도 감응형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한다.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27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일 만든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 대책’을 일부 보완해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가려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관련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보조배터리 100wh 이하 5개, 100~160wh 2개까지 허용, 160wh 초과 반입 불가, 기내 선반 보관 금지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 소비자 단체, 배터리 제조사, 항공사와의 협의에서 비닐봉지는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자 여론을 수렴해 일부 규정을 손질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는 비닐봉지 대신 항공사 수속 카운터, 보안 검색대, 탑승구, 기내 등에서 승객에게 절연테이프를 제공하기로 했다. 단 승객이 자율적으로 비닐봉지 및 단자 보호캡 사용, 보호 파우치 활용 등과 같은 방식의 조치를 하는 것은 허용한다. 아울러 국적항공사의 모든 항공기 기내에 ‘격리 보관 백’을 2개 이상 꼭 탑재하도록 했다. 기내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불이 났을 때 초기 화재 진압 후 해당 기기를 안전하게 격리·보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기내 선반에 온도 감응형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는 규정도 이번 방안에 포함됐다. 스티커는 선반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 색이 변한다. 이렇게 되면 승무원이나 승객이 선반 내 온도 상승을 곧바로 인지하게 돼 화재 발생 때 신속하게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현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승무원 훈련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실효적인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기내 화재 상황을 가정, 실제 소화기 사용을 포함한 진압 훈련을 하도록 한다. 각 항공사는 훈련 지침도 개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하는 시점부터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역별로 지정된 승무원이 선반 보관 금지 등에 관한 구두 안내를 하도록 하는 한편 기내 안내 방송도 2회 이상 실시한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보조배터리 안전 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국토부는 9월 한 달 동안 항공사를 대상으로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 관리 방안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미흡한 사항이 드러나면 개선 명령 등을 내릴 예정이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기내 화재 위험 관리와 대응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규정을 개선하게 됐다”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