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진행된 친환경 소재 사용 어선 설명회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 사회에서 해양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천성항에서 어업인들이 국내 최초의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어선인 ‘카이브 3호’ 승선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지난 25일 부산 영도구에서 ‘AI 기반 어선 설계플랫폼 수요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26일에는 강서구 천성항에서 국내 최초의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어선 ‘카이브 3호’(293ｔ급) 승선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공단의 ‘인공지능(AI) 기반 어선 설계 데이터플랫폼 개발 및 실증’(2022~2026) 연구 용역의 후속 조치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이며 공단이 주관한다. 또 국내 13개 산학연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설명회에는 부산과 경상권 어업인, 조선소, 선박 설계 사업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공단은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 중인 인공지능 어선 설계플랫폼을 소개했다. 이 체계는 ▷선형(108개), ▷추진기(12개), ▷상부 구조물(24개), ▷어로 시스템(12개) 등 총 157개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 648척의 맞춤형 설계안을 자동으로 제시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맞춤형 어선 설계안에 관심을 보였다. 또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선박 모형들의 속력, 복원성, 구조 안전성 등 성능 예측 기능과 3D 가시화 기능 등을 직접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카이브 3호에 올라 첨단 기술이 선박에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체험했다. 이 선박은 최근 진행된 시운전 때 최대 32노트의 속도를 기록했다. 특히 HDPE 소재는 부식에 강하고 강도가 높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FRP 소재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들어간다. 또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배에 올랐던 한 어업인은 “배가 가벼우면서도 안전성이 있고 견고해 앞으로 현장의 어민들에게 호응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은 내년까지 전국에서 설명회와 승선 체험을 이어간다. 또 이와 별개로 9월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자체의 신청서를 접수, 원하는 지역에서 행사를 하기로 했다. 공단은 이 과정에서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반 어선 설계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맞춤형 어선 설계·건조 체계 확산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