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이 다가오면서 우리나라 해상을 오가는 선박들이 운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사고가 사계절 중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인명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1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바다 위에서 일어난 사고는 1만508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1.6%인 4762건이 9월에서 11월 사이에 발생했다. 다음으로는 여름 4096건(27.2%), 봄 3305건(21.9%), 겨울 2923건(19.4%) 등의 순이었다. 사고에서 비롯되는 인명피해도 가을철이 최다였다. 전체 603명 중 179명(29.7%)이 이 시기에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다른 계절의 인명피해는 겨울 169명(28%), 봄 153명(25.4%), 여름 102명(16.9%)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가을철에 해상사고가 잦은 것은 성어기를 맞아 어선 출어와 낚싯배 이용객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해양수산부의 어선 출어 척수 현황(2020년~2024년)을 보면 9~11월에는 151만9897척이 조업을 했다. 봄(138만9536척), 여름(137만6463척), 겨울(101만6284척)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가을철에 낚시어선에 오른 사람은 307만3351명으로 여름(171만8148명), 봄(117만3239명), 겨울(97만5105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와 관련, 해수부는 최근 ‘가을철 해양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또 ‘인명피해 저감을 위한 특별 계도기간’(9~11월)’ 을 지정했다. 공단도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발을 맞춘다. 전략은 ▷취약 시기별 고위험 선박 맞춤형 집중 관리 ▷현장 중심의 해양 안전 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빅데이터 분석 기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위한 기술개발 등 세 가지다.

공단은 이에 따라 안전사고 다발 업종 선박 250척, 원거리 출어 근해어선 250척, 전기설비 사용이 많은 선박 200척 등 700척을 대상으로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 점검과 선원 교육을 강화한다. 또 현장의 의견을 들은 뒤 사고 예방에 꼭 필요한 물품을 보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통영, 여수, 인천 등 전국 6개 지역의 어업 현장을 찾아 안전 의식 고취를 위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인명사고 예방 안전 수칙 영상과 교육자료 등도 현장에 배부한다.

이와 함께 공단은 과학적인 분석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해양한전 관리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해양사고 위험지수’를 개발, 사고 가능성이 높은 선박을 사전에 식별한 뒤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준석 공단 이사장은 “현장 어업인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해양사고를 줄이는 출발점”이라며 “정책, 기술, 현장을 아우르는 선제적 예방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두가 안심하는 바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