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층 외벽을 비우고 기둥으로 상부를 지탱하는 형식인 ‘필로티’ 공동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보완하고자 자동 확산형 소화기와 아크차단기(전기불꽃을 미리 감지해 전원을 끊는 장비) 등의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화재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의결 절차를 간소화해 실효성을 높인다.

지난 7월 17일 경기도 광명의 한 필로티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살피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회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필로티 공동주택 화재 안전 개선 방안’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7일 경기도 광명의 한 필로티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전선 단락으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올해 7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전국의 필로티 건물은 35만 동으로 추산된다. 주택이 28만 동(81%)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상업시설 4만 동, 교육시설 9000동 등이다. 특히 주거용 필로티 건물 중 광명 아파트처럼 불이 잘 나는 가연성 외장재가 설치된 건물은 22만 동(78%)에 이른다.

우선 국토부는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공동주택 3만 동에 화재 발생 가능성을 알리고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장비를 지원한다. 선정 기준은 필로티 주차장 면적, 1층 방화구획 여부 등이다. 지원 금액은 1곳당 평균 200만 원 수준이다. 또 외장재, 스프링클러 등 화재 안전 중요 사항을 건축물대장에 표기해 거주자들이 관련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주택 소유자 과반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 장기수선계획 수시 조정 절차를 이전에 비해 줄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만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화재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안전 교육 및 홍보 활동도 강화한다. 세부적으로는 지자체와 필로티 공동주택단지에 공간 안전관리 지침 배포, 아파트 관리 주체 법정 교육 내용에 안전관리 요령 포함 등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기존 건축물의 화재 안전 성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제도를 마련한다. 먼저 건축물의 주요 기능,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확인한 뒤 이를 건물의 매매·임대·대출·보험 등 거래 때 활용한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성능 확인제도 도입을 위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한편 제도 운용이 안정화되면 대출·보험 등 금융 연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번 대책에는 필로티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성능 보강 의무화 등도 포함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최우선 가치이므로 이를 지키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며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필로티 공동주택 보강을 신속하게 착수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