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보다 이동성이 떨어지는 섬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려면 연안여객선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간교통망의 하나인 만큼 정부의 책임성이 더 커져야 한다는 논리다.

연안여객선.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공동 후원했다. 토론회에는 정치인, 해양수산 및 학계 전문가, 지자체와 여객선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장철호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은 “연안여객선은 단순한 민간 수송 수단이 아니라 섬 주민의 생존과 생활을 지탱하는 국가기간교통망”이라며 “섬 인구 감소, 고령화, 한계에 다다른 민간 중심의 지원 체계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의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의 ‘공공서비스 의무제(PSO·Public Service Obligation)’를 소개하면서 노르웨이와 이탈리아는 해상교통을 국가의 공공서비스로 규정, 정기적 운항과 일정 수준의 요금을 직접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섬 주민의 교통권을 ‘기본 교통권’으로 제도화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최소한의 교통망을 국가 책임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공단 제공

뒤어어 진행된 토론은 이은방 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심상철 해수부 연안해운과장, 이문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본부장, 박성호 한국해양대 교수, 류희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황성만 KS해운㈜ 대표이사, 류부현 ㈜이동의 즐거움 부사장 등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섬 주민의 생존과 생활을 지탱하는 필수 공공 교통수단이 연안여객선이라는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국가 보조항로의 공공 전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선박 운영비를 절감, 안전과 서비스에 재투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승·하선 체계 도입으로 발권 시간을 기존 2~3분에서 1~20초로 단축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환승 편익 제공, 신원확인형 교통카드 체계 도입으로 여객선 승·하선 절차 획기적 개선, 육상 대중교통과의 환승 추진 등도 의견도 내놨다.

공단은 이번 토론회에서 거론된 정책적·기술적 제안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해 섬 주민 교통권 보장, 연안여객선 공공성 강화, AI 스마트 해상교통체계 구축 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김준석 공단 이사장은 “섬 주민의 교통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자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권리”라며 “섬 지역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와 협력, 국민이 모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해상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