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 두려워하는 행정 지양되길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진짜 이유는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5년 뒤, 10년 뒤 이곳에서 살아갈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없는 정서적 고립감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 때문입니다.”
독립서점 ‘크레타’를 운영하며 지역 독서 문화 허브를 만들어온 강동훈 대표가 ‘책방지기가 바라보는 청년과 부산’이라는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지난 3년간 140회가 넘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수많은 청년과 소통해 온 그는, 청년 유출의 본질이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넘어 ‘심리적 고립감’과 ‘정서적 연대의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와 직장을 벗어난 ‘제3의 공간’이자 커뮤니티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제언이다.
강 대표는 부산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생적인 연대 움직임에 주목했다. 영화와 책을 매개로 활동하는 ‘화도’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13개 독서 커뮤니티가 연대해 광안리 바닷가에 200여 명의 시민을 모은 ‘부산 바다 도서관’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통의 목적에 공감한 민간 커뮤니티가 얼마나 큰 문화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군산 북페어’나 ‘부산 크리스마스 빌리지’ 등을 언급하며 “커뮤니티적 연대는 정주 인구를 넘어 부산의 매력을 소비하는 ‘관계 인구’를 확장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부산의 대표적인 행정 프로그램인 ‘청년 주간’은 일주일짜리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 감독을 영입하더라도 행정적 틀에 갇혀 명목상 역할만 수행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행정기관의 규제와 통제가 결국 청년 기획자들로 하여금 ‘뻔한 기획’만 양산하게 만든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하청과 통제가 아니라 무엇이든 실행해 볼 수 있는 완벽한 자율성입니다. 무모하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합니다. 수많은 잘못된 판단과 실패의 경험 속에서 비로소 좋은 기획자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40세를 맞아 ‘법정 청년’을 졸업한다는 강동훈 대표는 “행정이 청년들의 든든한 파수꾼이자 디딤돌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자신 또한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겠다는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