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2026 지역경제 기(氣)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가 열린 23일 중구 부산영화체험 박물관에서 ‘해양수도 부산의 꿈과 비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문대건 프론티어식품 대표, 정호연 겐츠베이커리 대표, 서재호 국립부경대 행정복지학부 교수(좌장), 고송주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 기획지원과장, 전의준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장,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HMM 등 본사 온전한 이전
- 동남권투자공사 조속 설립
- 신공항 건설 자재 분리발주
- 지역 중기 납품기회 보장을
- 로컬브랜드 관광도시의 얼굴
- 금사동, 성수동처럼 만들 것
- 돼지국밥 밀키트 시행착오
- 창업지원 원스톱 체계 절실
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을 앞두고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과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3일 부산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열린 ‘2026 지역경제 기(氣)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에는 부산의 산업·기업·금융·인프라를 이끄는 5명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나섰으며, 서재호 국립부경대 행정복지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띤 토론을 이끌었다.
이날 토론자들은 부산이 가진 산업·정책·금융의 집적 효과를 극대화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미래 해양수도’로 도약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먼저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32년 동안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1년 새 벌어지고 있다”며 “HMM H라인해운 SK해운 등 ‘생명줄’ 같은 기업들이 부산으로 모여드는 모습에 가슴이 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해수부 장관·차관 등 핵심 요직에 부산 인사가 포진하며 해양수도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며 “이제 해양수도는 구호가 아닌 현실임”을 덧붙였다.
그는 정책과 산업 현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집적의 힘’을 역설했다. HMM 등 대기업의 본사 이전이 단순한 사무소 확장을 넘어 의사결정 기능과 고급 인력이 동반되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조선·해운업의 막대한 자본 수요를 감당할 동남권투자공사의 조속한 설립과 해사법원 설치를 통해 하방 생태계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심 본부장은 “부산의 가능성을 잡고 다음 페이지를 함께 열어가자”며 “해양수도 부산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송주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 기획지원과장은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북극항로 선도, 산업 대도약, 기업·인재·자본 유치,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제시했다. 고 과장은 “청년이 부산에서 공부하고 취업해 끝까지 살아가며 해양수도를 지키게 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미션”이라며 “2028년 개원할 국제상사법원과 연계한 해사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큰 해양항만 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부산에 조선·해양·항만 분야 유니콘 기업을 5년 내 최소 1개 이상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유망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하반기 투자유치 설명회 개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및 조선해양 분야 투자를 적극 유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전의준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장은 부산 경제 허리인 중소기업이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명선”이라며 2032년 조기 개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공사용 자재 분리발주’를 통해 지역 중소업체에 실질적인 납품 기회를 보장해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협력 생태계가 없는 대기업은 ‘섬’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AI 등 미래 신산업 관련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간의 상생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한 초광역 경제권 완성 없이는 부산의 미래도 없으며, HMM 등 핵심 선사의 온전한 본사 이전과 더불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추가 유치와 규제 혁파가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본부장은 “부산의 중소기업이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진정한 해양수도로서의 경제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며 “부산시가 중소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전국 지점을 낸 정호연 겐츠베이커리 대표는 로컬 브랜드가 관광도시 부산의 얼굴이 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정 대표는 “지점을 확장하면서도 부산을 떠나지 않은 것은 이곳에 내려놓은 뿌리 때문”이라며 “준공업지역인 금정구 금사동에 신규 공장을 설립해 제조와 상업이 공존하는 ‘부산형 성수동’을 만들겠다”며 부산시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업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력난과 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매출이 흑자인데도 일할 사람이 없어 도산을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며 ‘AX(인공지능 전환)’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 대표는 “작은 조직일수록 생산 계획부터 재고 관리, 발주, 인력 배치까지 AI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중심의 부산이 ‘AX 전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관광은 바다와 호텔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로컬 브랜드가 부산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이 부산을 다시 찾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문대건 프론티어식품 대표는 창업 생태계의 실질적인 ‘원스톱 인프라’ 부재를 토로하며 현장의 고충을 가감 없이 전했다. 기장군 오리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프론티어식품은 돼지국밥 밀키트로 전국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문 대표는 “소자본으로 창업해 제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포장지 선정, 식품 법규, 제조 공정 등 모든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4년이 걸렸다”며 “제품 테스트를 위해 강원도까지 찾아가야 했던 현실이 초보 창업가에겐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에도 많은 지원사업이 있지만,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지역을 전전해야 하는 비효율이 존재한다”며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처럼 제품 개발부터 원료 선정, 마케팅, 수출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도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며 “기업이 흩어진 지원 정보를 찾아 헤매지 않도록 단계별로 촘촘히 연결하는 통합 소통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