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동쪽 해역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캄차카반도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아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 지역인데요. 이번 지진은 2011년 규모 9.1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했습니다. 지진 여파로 러시아를 비롯해 인근의 일본 미국 등 해안가에 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졌고요. 한국도 지진해일 가능성이 예보됐습니다.

러시아 북부 쿠릴열도 파라무시르 섬에서 발생한 쓰나미. AFP 연합뉴스

지진 발생 직후 캄차카 일부 지역에는 높이 3~4ｍ 지진해일이 항구와 수산물 가공 시설을 덮쳤고요. 러시아 사할린 지역은 5ｍ 높이의 지진해일이 해안 도시를 강타했습니다. 또 일본 동북부 이와테현에 1.3ｍ, 홋카이도 네무로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 각각 0.8ｍ와 0.7ｍ의 지진해일이 관측됐습니다. 캄차카반도와 4000㎞ 이상 떨어진 미국 하와이에는 높이 1.74ｍ 지진해일이 밀려왔죠.

한국에도 0.3ｍ 미만 지진해일 가능성이 예보됐습니다. 6000㎞가량 떨어진 해역이지만 강한 지진이 밀어 올린 바닷물이 한반도 해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됐죠. 울릉도 인근에서 5시간 이내로 바닷물 수위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됐지만, 실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기상청도 강진 직후 해수면 변화 등을 예의주시했지만 특별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8.0은 넘어야 원거리에서 위험한 지진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지진해일은 해안가 근처 지표면에서 100㎞ 이하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 지진에 의해 일어나는데요. 한국은 일본처럼 판의 경계에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형 지진 가능성은 작습니다. 또 지진해일 대부분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데요. 일본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해 한반도로 도달하는 지진해일 에너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일본은 ‘방파제’가 돼주는 것과 함께 잦은 강진으로 우리에게 위험 요인이 됩니다. 과거 일본 강진 때 한반도 역시 지진해일 피해를 본 것을 기억하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지진이 잦은 일본과 인접해 지진해일 가능성이 큰 곳입니다. 1983년과 1993년 일본 북서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최고 2.7ｍ 지진해일이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고요. 지난해 새해 첫날에는 일본 혼슈를 덮친 지진 여파로 동해안 묵호에 최고 0.85ｍ 지진해일이 일기도 했죠. 박순천 기상청 지진해일연구과장도 “한국에서 관측된 지진해일 대부분이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한 뒤 전파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작 0.3ｍ 지진해일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 있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요. 기상청은 0.2~0.3ｍ 높이 지진해일에 대해 ‘빠른 흐름에 사람이 움직이기 힘들어 피난 행동이 어렵고, 선박·어업 시설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0.5ｍ부터는 가옥의 1층이 침수되고요. 1ｍ는 대부분의 사람이 숨지고, 가옥이 전파·반파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진해일은 높이가 낮아도 밀려오는 물의 양이 많아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닙니다. 바다의 바닥에서부터 물이 전체적으로 들어 올려진 후 해안가를 덮치기 때문인데요. ‘물로 이뤄진 거대한 벽’이 10~20분간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속도도 엄청납니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속도,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와 맞먹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파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와 파괴력이죠. 우리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