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차피 음성적으로 많이 피우고 있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대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젊은 층 가운데 약 30%는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마리화나를 피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39%의 응답자는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이를 즐길 생각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방정부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론화한 이후 주정부 차원에서는 판매처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술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정 가게에서만 팔 것인지, 아니면 약국 등으로 판매처를 제한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또 세금은 몇 %를 물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각종 설이 오가고 있다. 세율이 너무 높으면 합법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암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토론토시는 마약 중독자들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주사를 할 수 있는 공공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청 보건국장이 시가 운영하는 공공의료시설 3곳에 마약 주사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전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마약을 주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공청회를 열겠다는 뜻이다.

공공 마약주사시설 설치를 추진한 배경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마약의 과다 사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토시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토론토에서 약물 과용으로 206명이 숨졌고,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캐나다 연방정부도 이 같은 토론토시의 방침에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밴쿠버가 마약 주사시설 2곳을 운용하고 있다.

토론토의 한 신문에는 이와 관련, 공공보건 측면은 물론 경제적 도덕적 차원에서도 토론토시의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의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의사는 "30년 가까이 다운타운에서 응급 환자를 봐 왔는데, 약물 오남용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더러운 환경과 주사기 공동사용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이들을 치료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의 절감 차원에서라도 이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밴쿠버의 경우 이 시설 때문에 마약 중독자나 관련 범죄가 늘었다는 보고는 없다. 오히려 공공장소에서의 마약 사용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며, 길거리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책은 도덕적으로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공청회 등 절차가 진행되면 시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주목된다. 한국 사회의 정서라면 아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화나의 합법화에 대해 이곳 교민사회는 "음성적 암시장을 막는 데는 찬성이지만 마약 중독자 증가 등 부작용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마약 오·남용자 보호를 위한 합법적 시설, 그들은 예전에 범죄자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 보호 대상이 됐다. 그것도 경제와 도덕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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