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른다. 표지나 추천사, 처음 몇 쪽만 보고 책을 고르는 일은, 속이 안 보이는 깊은 바다 속에 그물을 던져 넣는 일과 닮았다. 때로는 펄떡거리는 싱싱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지만, 운이 나쁘면 앙상한 생선 뼈다귀나 헌 고무장화가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또 때로는 큰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이 놀라운 보물로 밝혀진다.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처럼.
열두 살 소녀 미란다는 퀴즈쇼에 나가려는 엄마의 연습을 돕고, 단짝인 샐과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집 근처 노숙자가 무서워 길을 빙 둘러가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미란다와 샐이 집에 가는 길에, 한 소년이 다가와 아무 이유 없이 샐을 때린다. 그때부터 샐은 자기 집에 틀어박혀 미란다에게 서먹하게 군다.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미란다는 이전에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사람들을 더 가깝게 알게 된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과보호라고 느끼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앤머리. 은시계나 예쁜 초록색 부츠로 미란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안에 외로움을 품고 있는 줄리아. 그리고 미란다의 마음을 흔드는 쾌활한 소년 콜린. 늘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탓에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앨리스. 물리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사람 관계에는 지독히 서툰 마커스. 그리고 어느 날인가부터 미란다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답장을 쓰라고. 결코 지루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흘러가는가 싶던 이야기는 대단원으로 치달을수록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닥친다. 그리고 독자는 마침내 알게 된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는 퍼즐이라는 것을. 그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먹먹한 감동을 안겨 준다.
독서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 또 다른 경쟁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 쓰일 때 책의 매력은 반으로 줄어든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하다'라든가 '꿈꾸다' 같은 동사들처럼, '읽다'는 명령 때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이 독자든 어른 독자든 아무 의무감 없이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을 만나, 그 안에 푹 빠져 즐겁게 읽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가장 완벽하게 얻는 방법이므로.
이 책의 원제는 'When you reach me(당신이 내게 다다를 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원제가 지닌 마음을 울리는 힘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간절히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싶어질 것이라 믿는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