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지,
미쳤어!
엉망으로 술 마셨네
취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세상이더냐
밤새워
퍼마시고는
울음처럼 토한다.
인류 역사와 함께 탄생한 술이 천의 얼굴을 지녔다던데 단풍도 그에 못지않은가 보다. 단풍에서 봄꽃보다 더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하고,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는 인생의 황혼을 느끼기도 한다. 시인은 애주가인 모양이다. 주정(酒酊)도 교양이라던 조지훈 시인은 무릇 18 계단을 논하며 그 사람의 주정을 평가했다. 세상을 사는 것이 힘에 부치는지 아직도 '술 권하는 사회'의 한가운데서 헤매는 저 단풍은 주도 삼매에 빠져 주야장천 술만 마시는 5단의 주선이다. 그 단풍을 바라보는 시인은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7단의 주성(酒聖)이다. 모두 운치 있는 술꾼들이다. 깊어가는 가을,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7급의 민주(憫酒)에 불과한 나도, 단풍잎 동동 띄운 막걸리 한 사발로 인생을 음미해 보고 싶다. 서태수·시조시인
서태수 시조시인= 1991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낙동강 연작 시집 '물길 흘러 아리랑' 등. 현재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