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다. 청소년들이 미래로 들어서는 문을 열어젖히고 있는 힘찬 물줄기라면 어린이는 미래를 이끌어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미래의 주인이고 기둥인 셈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은 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면서 바른 마음과 참된 삶의 고귀함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모들의 욕심에 맞추어진 삶을 강요받는 어린이,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폭력과 점수 따기 경쟁에 내팽개쳐진 어린이들,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따스한 도시락보다는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 개성을 키워나가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주눅 들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어린이들….
이런 어린이들에게 올곧은 삶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우리 어른들은 잘 안다. 그런데 막상 서점에 가보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어린이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읽을 책을 선택하는 데는 부모나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등학생일수록, 저학년일수록 어른들이 권해주는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 YMCA 독서교실에서 필자는 아이들과 함께 이금이의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과 권정생의 '몽실 언니'를 읽고 독서 토론을 했다.
'밤티 마을…'은 가난 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큰돌이네 집에 어느 날 쑥골 할머니가 나타나 주인공의 동생 영미를 먼 친척집 수양딸로 보내버리고 어렵게 살아간다는 얘기다. '몽실 언니'는 6·25 전쟁의 비극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 몽실이가 전쟁 중에 부모와 헤어져 살면서 동생 난남이를 데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 두 권의 책은 펴낸 지 오래되었지만 아이들한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독서토론 수업 후 학부모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하필이면 주인공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어두운 이야기의 책을 독서토론 도서로 선택했느냐는 항의 전화였다. 우리 주위에는 '큰돌이'나 '몽실이'처럼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어른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책읽기는 어린이들에게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아픔을 가진 어린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가난한 동무, 몸이 불편한 동무, 어려운 동무 처지를 독서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느껴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때 그들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책을 좋아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허황되거나 남의 나라 이야기, 노랑머리 파란 눈을 가진 다른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에 일순간 재미를 느낄지 몰라도 그건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들 주변이나 우리 민족·사회의 이야기,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끈끈한 재미를 느끼고 계속해서 책을 찾게 된다는 것을 어른들이 먼저 알아야한다.
동화작가·금곡초등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