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의 일이다. 신춘문예 시상식장을 찾은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이 신춘문예 당선 축하 선물로 사주신 시집 김용택의 '맑은 날'을 지금도 고이고이 간직하며 가끔 서가에서 빼내 읽곤 한다. 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의미 있는 선물인가.
요즈음 우리 사회는 책을 선물하는 습관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독서 문화 수준이 높아지려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선물로 주고받는 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 자녀의 생일이나 명절 때 부모가 아이들한테 그때그때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사서 속지에 축하 메시지 몇 줄 적어 선물한다면 아이들은 선물로 받은 책을 소중히 간직하며 읽게 된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는 자연과 생명에 관한 책을,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는 스포츠에 관한 책을, 화가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는 그림이나 화가의 삶이 담긴 책을 선물한다면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책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가오는 설날에도 책 한 권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설날 아이들에게 언제부턴가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우리들에게 생겼다. 그 액수도 많아져서 아이들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어른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설날을 맞으면서 설날의 참뜻을 새기고 진심으로 집안 행사에 참여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이 세뱃돈이나 챙기는 날처럼 여기기도 한고, 세뱃돈 액수를 기준으로 집안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좋지 않은 행태마저 생겨나기도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날에 세뱃돈 대신 책 한 권 달랑 선물로 주기가 곤란하다면 덕담과 함께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도록 도서상품권을 준다면 더욱 뜻있는 설날 선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일, 명절, 행사 때 그 뜻을 살릴 수 있는 책을 선물하는 풍속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독서문화의 미래도 밝아 질 것이라 확신한다.
명절날 아이들에게 선물해서 책읽기에 관심을 끌 수 있는 책으로는 우리 조상의 생활 이야기, 우리 음식 이야기, 전통 민속놀이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도 좋겠다. 이왕이면 설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이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 조상의 풍습을 소개하는 책, 조상의 지혜를 소개하는 책, 설날의 유래를 알려주는 책도 좋겠다. 저학년이라면 '떡잔치'(보림출판사)를 비롯한 전통과학과 문화를 조명한 시리즈, 고학년이라면 '열두 달 풍속 놀이'(산하)나 '신토불이 우리 음식'(중앙 M&B),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의 세시 풍속과 전통놀이 백과사전'(가람문학사) 같은 책을 권하고 싶다.
동화작가·금곡초등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