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마무리하셨습니까. 삶이 팍팍해졌지만 그래도 고향가는 길이 마냥 즐거웠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고향 가는 길, 기차간에서 혹은 자동차 안에서 무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는지요.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무슨 이야기꽃을 피우셨는지요.

친구, 친지, 가족들과 친밀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입니다. 21세기 들어 '이야기꾼의 자질'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CEO(최고경영자)가 갖출 필수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강압적인 수직구조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야기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흐름을 주도할 무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인류의 오랜 담화 양식이었죠. 인류의 문화는 솔직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진보해 왔다고 합니다. 사실 오늘날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을 점유한 컴퓨터 게임을 필두로 하여 애니메이션, 영화, 에듀테인먼트, 광고, 컴퓨터 커뮤니티 등의 콘텐츠들은 모두 스토리에 대한 인간적인 욕망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는 "책의 이야기성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사실 이야기성은 출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능력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됐다"고 강조합니다.

이야기꾼이 되려면, 나만의 이야기 주머니를 만들어 두는게 필요합니다. 미리 준비해두고 상황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이야기는 즉흥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닙니다. 미리 계산된 스토리텔링이어야만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최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깃주머니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이야기에도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죠. 시대에 맞게,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해야 '엉뚱한 사람' 취급받지 않습니다.

근대적인 인쇄복제기술이 일반화되지 않은 시대의 독서관행은 소리를 내서 읽는 낭독이었습니다. 도시의 거리에서 청중을 상대로 하는 이야기꾼이 있었고, 일반 가정을 돌아다니며 소설책을 읽어주던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소설 독자층이 확대되던 조선 후기는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예능인으로서 '이야기꾼'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는 강창사(講唱師)와 담화조로 이야기하는 강담사(講談師), 소설책을 낭독하는 강독사(講讀師)로 나눠집니다. 청중들을 웃기고 울리며, 애태우는 이들이야말로 그 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다음 명절에 풀어놓을 이야기를 보따리에 차곡차곡 채울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인터넷 시대, 기술복제시대에도 글자에 혼을 불어넣는 조선후기의 강담사와 강독사 같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 고향가는 길이 더욱 풍요롭길 기대해 봅니다.

유창우 기자